흔히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이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자면 먼저 가정이, 어머니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적합니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이고, 그 가정의 기둥은 어머니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들이 어머니답게 살지 않고는 이 사회가 지금과 같은 수렁에서 헤어날 기약이 없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 시대의 어머니들이 먼저 진정한 어머니가 되지 않는 한 인류의 미래는 암담합니다. 바겐세일이라면 열 일 제치고 찾아다니고, 남이 가진 것은 나도 가져야만 하고, 텔레비전 연속극은 놓치지 않고 보지만 학교만 졸업하고 나면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어머니들에게서는 아무런 희망도 얻어낼 수가 없습니다.
자식을 육체적으로만 탄생시키는 어머니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자식의 가슴에 싹 틔우는, 그래서 진정한 탄생을 맛보게 하는 어머니가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가 종교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강물처럼 살아서 끝없이 흐르는 자비심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종교를 믿는 목적입니다.
이 사회가 정화되려면 우선 각자가 자기 정화부터 해야 합니다. 특히 종교인들부터 참회하는 태도로 정화해야 합니다. 스스로 참회하고, 자기 정화를 위해 애쓰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갈 때 이 사회도 새롭게 변화될 수 있습니다. 새 생명이 탄생하듯 새 움이 틀 수 있습니다.
자기 정화를 이룬 후에는 순간순간, 하루하루 자비심을 이웃에 실천해 가야 합니다. 그것이 신앙인의 과제요, 화두요, 정진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은혜를 입습니다. 가깝게는 부모 형제부터 멀게는 많은 이웃들, 공기, 물과 흙과 바람, 자연으로부터 무한한 은혜를 입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은혜는 우리의 삶을 이어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은혜들을 무상으로, 무한하게 받기만 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럽히고 짓밟고 군림하면서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중하게 받아 써야 할 그 은혜들을 오히려 배반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입은 은혜는 반드시 되돌려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자손들이 다시 그 은혜를 입으며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대대로 자기들이 입은 은혜들을 되돌렸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현상입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회향(回向)’이라고 합니다. 내가 받을 공덕이 혹시 있다면 그것을 모두 이웃에게 되돌린다는 의미입니다.
--법정 스님 법문집 [좋은 말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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