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적당한 절집을 찾아 소위 ‘템플스테이’라는 걸 한다.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곧잘 권하는 편이다.
물론 템플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있고, 스테이를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나는 바쁘고 힘들어 보이는 친구가 있으면 절집에서 며칠 묵는 일을 꼭 체험해보라고 한다.
머묾이 단지 이동을 멈춘다는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소통하고 관계하는 것에서 잠시 내려선다는 의미도 있다. 내려서서 바라보면 내가 있던 자리의 분주한 이동과 복잡한 관계의 운동이 보인다.
마치 운동장 한가운데서는 안 보이던 것들이 벤치에서는 보이는 것처럼 환하게 동선이 보인다. 선수들이 앞만 보고 열중해서 달릴 수 있는 건 자신들의 움직임을 살펴주고 방향을 지시해 줄 코치가 있기 때문이다. 뛰는 선수가 아니라 관찰하는 감독이 되어보는 일, 그것이 머묾이다.
머물렀다 다시 움직이면 1밀리미터 정도는 달라진 나를 볼 수 있다. 겨우 1밀리미터냐고? 그 1밀리미터가 어긋나면 쏘아올린 우주선이 달나라에 도착하지 못하고 우주의 미아가 된다.
내가 1밀리미터 물러서면 세상은 1밀리미터 더 넓어지고, 내가 1그램 비워내면 지구는 1그램 더 깨끗해진다. 무시할 수 없게도 우리는 75억 명이다. 단 한 번에 75억 그램 맑아진다.
머물면 실상이 보인다.
--림태주의 [관계의 물리학] 중에서!!
(^-^)잠시 멈춤의 필요성과 특별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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