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다 보면 종종 손가락이 아프다. 나는 손가락이 왜 아픈지 알고 있다. 연필을 너무 세게 쥐어서다. 이건 나의 오랜 습관이다. 그림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연필을 세게 쥔다. 필요 이상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다 보면 손가락에 쥐가 나기도 한다. 연필을 세게 쥐면 더 잘 그려지냐고? 천만의 말씀. 오히려 잘 안 그려진다. 선은 딱딱해지고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아가지 않는다. 너무 꽉 눌러 그린 탓에 지우개로 지워도 연필 선이 그대로 남는다. 잘 그리는 요령은 손에 힘을 빼는 것이다. 연필이 손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쥐고 그려야 더 잘 그려진다. 당연히 처음엔 가볍게 쥐고 시작하지만, 점점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건 절대 내 의지가 아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러니 내가 그림을 못 그리는가보다. 간단해 보이지만 힘을 빼고 그림을 그린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가.

 

잘 하고 싶어서, 틀리고 싶지 않아서. 이런 마음 때문에 힘이 들어간다. 힘이 들어간다는 건 경직된다는 것, 유연하지 않다는 것,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뭐든지 힘이 들어가서 잘 되는 걸 못 봤다. 그림도, 노래도, 운동도 어쩌면 인생도 그럴지 모르겠다. 너무 힘이 들어간 탓에 내 인생도 이렇게 삐뚤빼뚤해진 게 아닐까? 힘이 들어가니 힘이 드는 게 아닐까?

 

인생을 막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인생 앞에선 누구나 진지해지기 마련이다. 잘 살고 싶어서 필사적이다. 이를 악물고, 두 손을 꽉 쥐니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힘을 주고 버티느라 어깨가 단단하게 뭉친다.

 

자, 우리 힘내지 말고 힘을 빼자. 뭉친 근육을 풀어 유연하게 만들자.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펀치를 가만히 서서 맞고만 있지 말고 가볍게 피해보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겁내지 말고 한 걸음 내디뎌보자. 넘어져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보자.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그렇게…….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중에서~!!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하게 힘 조절이 필요한 인생...

100m 달리기가 아니라 장기 마라톤 레이스란 걸 잊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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