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으면 넝마주이는 고친 물건들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들고 마을로 향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에 물건들을 가지런히 진열해놓고는 다시 쓰레기를 주우러 다닙니다.
진열된 물건들 앞에는 이런 팻말이 놓여 있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은 물건들입니다. 필요한 분은 가져다 쓰세요.’
길을 가던 사람들이 잠시 기웃거리다 각자 필요한 물건을 하나둘씩 가져갑니다. 고맙다는 표시로 빵이나 과일을 놔두고 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넝마주이는 매일매일 이렇게 삽니다. 쓰레기장으로 실려가 영원히 사라질 물건들을 좀 더 살게 해주는 것이 넝마주이가 하는 일이지요.
“왜 이런 일을 하세요?”
하루는 호기심 많은 젊은이 하나가 넝마주이에게 물었습니다.
넝마주이는 누가 먹다 버린 빵 조각을 새들에게 떼어주며 그냥 웃기만 했습니다.
젊은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넝마주이는 빵 조각을 떼며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이 세상 최초의 사람은 어떻게 살았을까?”
“예?”
“사람이라고는 자기 혼자밖에 없었던 그때, 빵 하나를 얻기 위해서 그는 얼마만큼 일해야 했을까?”
“글쎄요.”
“……우선 땅부터 일궈야 했겠지. 그리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었을 거야. 곡식이 자라면 혼자서 다 거두어들인 다음 햇볕에 잘 말리고, 하나하나 빻아서 가루를 만들었겠지. 그 가루로 반죽을 만들고 불에 구워 간신히 빵 하나를 얻을 수 있었을 걸세. 이렇게 빵을 얻기까지 도대체 몇 가지 일을 해야 했을까? 아무튼 그 수많은 과정을 혼자서 다 헤매야만 비로소 빵 한 조각을 먹을 수 있었을 걸세.”
젊은이는 넝마주이가 들고 있는 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넝마주이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빵을 잘게 부수어 새들에게 던져 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손쉽게 빵을 먹을 수 있지. 빵집에 가서 사기만 하면 되니까. 이게 다 사람들 덕분일세. 옛날에 혼자서 감당해야 했던 그 수많은 과정들을 이제 여러 사람들이 나누어 하기 때문에 손쉽게 빵을 먹을 수 있다네. 그러니까 이 빵 한 조각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정성어린 손길이 담겨 있는 셈이지. 그 고마움을 생각해서라도 빵 한 조각이 온전하게 제몫을 다하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한 입 베어 문 채로 버려지지 않도록 말일세.”
넝마주이는 빵 부스러기를 새들에게 다 나눠준 다음 바구니에서 헌옷을 하나 꺼냈습니다.
“이 옷도 마찬가지야. 양털을 깎아 옷감을 짜고 실로 꿰매어 입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필요했겠지. 그 복잡한 과정들을 여러 사람들이 하나하나 맡아준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옷을 사 입을 수 있다네.”
바구니에는 그것 말고도 쓰다 버린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넝마주이는 그 물건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이야기를 계속 해나갔습니다.
젊은이는 그 물건들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낱 쓰레기로만 보이던 물건들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넝마주이는 젊은이에게 하던 말을 마저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물건들 하나하나에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스며있다고 생각해 보게. 값진 시간들이었을 게야. 그 시간들 덕분에 우리가 꿈꾸고 누리는 시간들이 더 많아진 게지. 고맙지 않은가? 빵 한 조각을 먹을 때도, 헌 옷을 입을 때도 나는 사람이 고맙다네. 사람이 고마워서 이 물건들이 자기 몫의 쓰임새를 다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거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