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

2007/스릴러

♣감독 :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 윌 스미스/앨리스 브라가/찰리 타핸/샐리 리처드슨/윌로우 스미스 등...

 

♣스포일러 있어요~^^

 

첨단 과학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많은 불치병 치료에 성공한 인류.

 

TV에 앨리슨 박사가 10,009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한 바이러스 실험에 100% 성공했다는 인터뷰가 나왔다.

 

그러나 3년 후, 사방이 온통 폐허가 된 도심 한복판에는 도무지 인기척이라곤 느낄 수 없게 싸늘한 적막함만이 흐르고 도로 아무 데나 널브러진 채 방치된 자동차들 사이로 야생동물들이 마구 활보하고 있다.

 

유일한 생존자인 로버트 박사는 반려개 샘과 함께 집을 안전가옥 삼아 최대한 무장하고 방어해가며 살고 있었다. 햇빛이 있는 시간을 활용해 텅빈 거리를 고속 드라이브하며 빈집에서 햄이나 연어 통조림 등 식량을 구하기도 하고, 자주 가는 레코드 가게의 마지와 프레드, 행크, 이름 모를 매력적인 그녀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그들은 모두 마네킹이다.

 

집으로 돌아와선 언제적 TV 방송을 틀어놓고, 야채를 피해 편식하는 샘에게 잔소리를 하며 함께 식사하고 음악도 듣고 노래도 부른다. ♬아무 것도 걱정하지마. 모든 게 잘 풀릴 테니까. 미소를 짓지. 세 마리의 아기새. 달콤한 노래를 부르네♬

 

마치 평온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의 경고음이 울리고 바깥 세상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로버트 박사는 서둘러 집안의 모든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빛을 차단하며 샘을 안고 욕조에 들어누워 숨죽인채 견딘다.

 

그의 침대 바로 옆엔 장전된 권총이 놓여 있고, 군살이라곤 없이 열심히 운동을 하며, 지하에 있는 실험실에서 끊임없이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세상은 왜 폐허로 변했고,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고, 로버트는 왜 유일한 생존자가 돼서 외로움과 공포와 싸우며 절박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걸까?

 

3년 전, 지구 인구는 약 60억 명이었고 당시 획기적 유명세를 떨쳤던 앨리슨 박사의 암 치료법은 불행히도 초기에 광견병 증상을 보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더니 바이러스 치사율이 무려 90%까지 치솟아 인류의 55억이나 감염되고 말았다. 감염자들은 빠르고 무섭게 좀비가 됐고, 자동차 유리창을 머리로 들이받고 높은 담벼락을 스파이더맨처럼 고속으로 기어오를 만큼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하며 늘 피에 굶주린 그들은 로버트 같은 면역자도 정글의 야생 들짐승처럼 마구 물어뜯었다.

 

그나마 좀비들이 햇빛 자외선에 치명적인 약점을 지녔기에 로버트는 이 시간을 활용해 샘을 데리고 외출했고, 매일 루틴처럼 항구에 나가 라디오 방송을 했다.

“저는 뉴욕에 살고 있는 생존자입니다. 매일 정오에 항구에 있습니다. 모든 AM 주파수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생존자가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십시오. 연락주십시오. 잠자리를 제공해드리고 보호해드리겠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플리즈 애니바디.” (로버트)

 

로버트는 납치한 좀비와 쥐를 상대로 지하실험실에서 부작용을 줄이고 변이 치료가 가능한 임상실험의 도전도 계속했다.

“임상실험 결과는 전과 다를 바 없다. 변화가 없고, 화합물 숙주가 죽었다. 화합물 6번은 공격성이 줄었고 동공도 수축했고 피부색도 돌아왔다. 힘을 내! 6번.” (로버트)

 

로버트는 자신의 피를 미끼로 흘려 연령이 20~28세 정도 되는 여성 좀비를 유인해 납치했는데 곧바로 남자 좀비가 쫓아와 자외선에 자신의 피부를 노출시키는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격렬하게 분노하며 울부짖는 걸 목격했다.

“감염자 행동 기록! 남성 감염자가 스스로를 빛에 노출시켰다. 생존 본능이 사라진 듯하다. 사회성도 완전히 결여됐다. 전형적인 인간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로버트)

 

로버트는 여성 좀비를 실험실로 데려와 일반인 6배의 진통제를 투여하고 임상실험을 시작했다.

“동공 팽창, 빛에 반응하지 않는다, 자외선에 화상 입음, 감염자 확실, 백신 테스트 인체 실험 시작, 호흡이 느려진다,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아니다!! 쥐에 반응 있었던 화합물 6번, 인체에는 소용 없음. 백신은 찾지 못했다. 데이터 저장.” (로버트)

 

발병 1001일째! 로버트는 공기나 피부로부터 면역이 있지만 반려개 샘은 공기만 면역이 있어 좀비에 물리면 치명적이라 조심해야 한다.

 

여느 때처럼 샘을 데리고 외출했는데 이게 갑자기 어떻게 된 일이지? 가게 안에 있어야 할 마네킹 프레드가 밖에 나와 있다. 거기 있으면 안 됐다. 누군가 옮긴 것이다.

놀란 로버트.

“프레드 대체 왜 여기 있어?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떻게 나왔어? 총 맞기 싫으면 말해봐! 젠장, 프레드!!” (로버트)

당황하고 분노한 로버트는 이성을 잃고 마네킹 프레드를 향해 마구잡이로 총을 난사하다가 그만 덫에 걸려 의식을 잃었다. 샘이 짖는 소리에 깨어보니 어둠이 시작되고 있었다. 빨리 도망쳐야 한다.

“난 괜찮아.” 샘을 달래며 안간힘을 써서 덫에서 풀려났지만 다리에 부상을 입고 말았고, 빛을 피해 달려드는 맹수들에게 결국 샘까지 공격 당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마. 모든 게 잘 풀릴 테니까. 아무것도 걱정하지마. 미소 짓는 세 마리의 아기새♬

간신히 집으로 돌아온 로버트는 치명적인 공격을 당한 샘을 껴안고 앉아 노래를 불러주었다. 공격으로 감염된 샘을 그의 손으로 이를 악물고 죽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구상에서 유일한 친구이자 동반자도 영원히 떠나버렸다.

 

그는 이제 그야말로 철저히 혼자가 됐다. 샘을 묻어주고는 레코드 가게에 들러 마네킹 그녀에게 다가갔다.

“친구에게 약속했습니다. 오늘 당신에게 말 걸기로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받아주세요. 제발 대답 좀 해 주세요.” (로버트)

 

울먹이는 로버트의 좌절감과 상실감, 외로움이 얼마나 컸을까!

온 세상과 어둠을 통째로 지배하고 있는 그들 감염자들~좀비 무리를 향해 분노의 질주를 하는 로버트. 그들은 거침없이 자동차 유리창을 머리로 들이받고 고공 비행 수준의 엄청난 속도와 공격성을 내뿜었고, 로버트는 또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정신 차려요. 어디 살아요? 어디 사냐구요?” (누군가)

정체 모를 누군가 그를 깨우며 주소를 물었고 그는 비몽사몽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워싱턴 스퀘어 ○○번지, 새벽까지 기다려야 해요.”(로버트)

 

로버트가 깨어보니 TV가 켜져 있고 주방에 누군가 있다. 낯선 여성이 요리하고 있었고, 곁에는 소년도 있었다.

“베이컨이 있다니! 역사상 최고의 물건이에요!”

“음식 식어요. 앉아요.” (안나)

 

로버트가 매일 항구에서 방송했던 라디오를 듣고 메릴랜드에서 온 안나와 예단이었다. 그들이 로버트를 구해 집으로 무사히 데려온 것이다. 로버트 말고 생존자가 더 있었던 것이다.

 

“버몬트로 갈 거에요. 베델 안전지대예요. 바이러스가 추위에 약해…” (안나)

안나는 희망적인 얘길 꺼냈지만 로버트는 단칼에 잘라 말했다.

“정부와 군의 피난 계획은 모두 실패했어요. 안전지대는 없어요. 당신과 내가 알던 모두가 죽었어요. 하나님은 없어요. 모두 죽었어요.” (로버트)

“내일 새벽에 출발하면 버몬트에 갈 수 있어요. 함께 가요.” (안나)

“여기가 내 일터예요.” (로버트)

 

로버트는 임상실험에 집중했고, 여성 좀비에게 얼음을 이용해 체온을 낮추자 약효과가 나타나는 걸 확인했다. 드디어 치료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좀비 무리들이 집안은 물론 지하 연구실까지 무시무시하게 침입해 들어왔고, 그들 중 가장 앞장 서서 로버트에게 덤벼들고 위협했던 좀비는 어제 그 자외선에 피부가 타들어 가는 걸 개의치 않았던 남성 좀비였다. 여성 좀비와 부녀지간이었다.

 

“아파서 그런 거에요. 내가 치료해줄게요. 고칠 수 있어요. 약효과가 나타나고 있어요. 내가 구해줄게요.” (로버트)

 

로버트는 아빠 좀비에게 딸 좀비를 인도했다. 당장이라도 로버트를 물어뜯을 것처럼 보였던 아빠 좀비는 딸 좀비가 무사히 살아서 깨어나는 걸 확인하고 조용히 무리들과 함께 딸을 데리고 사라졌다.

 

이제껏 로버트는 그들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지능이나 감정 같은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무자비한 공격적 본능만 살아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뭔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걸까? 어제 마네킹 프레드를 밖으로 옮겨 놓고, 덫을 놓아 로버트를 유인하고, 로버트와 안나, 예단을 공격하지 않은 채 자신의 살아있는 딸만 데리고 사라진 것은 지능이나 감정이 있다는 증거다?

 

로버트는 안나, 예단과 함께 마침내 차를 타고 집을 떠났다. 안나는 로버트를 대신해 라디오 방송을 했다.

 

“나는 안나이고, 로버트 박사와 예단과 함께 우리는 버몬트의 베델로 향하고 있습니다. 라디오를 들으신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안나)

 

최첨단의 의학~과학일수록 잘못 쓰면 어마어마하게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음을. 그 부작용이 하필이면 인간다움(이성적 지능이나 감정, 감성 등)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면?

그렇게 야생동물과 정체성을 상실한 괴물들만 살아남은 세상에 유일한 생존자가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넘치게 끔찍한 공포로 다가드는 소재이다보니, 새로운 버전으로 진화되고 업그레이드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네.

 

[부산행], [킹덤]에 이어 [#살아있다]와 [반도]까지 ‘K좀비(한국형 좀비)’의 大활약이 예고돼 있다.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인류 大재난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여러 모로 시사점이 크다. 어떤 재난이든 골든 타임(신속한 초기 대응)을 놓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의 비극으로 치닿는다. 특히 바람직하지 못한 리더십과 함께라면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의 피해는 극대화될 수 밖에 없다. 줄곧 세계 최강대국의 명함을 내세웠던 미국이나 일본의 현실 민낯 뉴스를 접하노라면 모범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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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

#1993 #드라마 #코미디

♣감독 : 퍼시 애들론

♣출연 : 마리안 제게브레히트/C.C.H.파운더/잭 팰랜스 등...

 

♠스포일러 있어요~^^

 

영화는 못 봤어도 아마 여기저기서 OST는 들어봤을 수 있다. 그 유명한 ♪Calling You♬

 

♪♬사막을 따라 라스베가스 어딘가로~ 내가 있던 곳보다 나은 어딘가로~ 고장나버린 커피 기계~ 엉망이 되어버린 작은 카페~ 난 널 부르고 있어~ ♪♬

 

온종일 먼지 바람 가득 날리는 황량한 사막에 자리잡고 있는 낡고 초라한 ‘바그다드 카페’. 명색이 카페인데 노랫말처럼 커피머신은 고장난 지 오래돼서 커피를 못 팔고 있고, 손님이라곤 고작 사막을 지나치는 길에 들른 트럭 운전사들 정도일 뿐이다.

 

카페 주인인 브렌다는 파리 날리는 가게 운영에,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과 하루종일 피아노만 치는 어린 미혼부 아들과 울고 보채는 갓난 아기인 손자, 한껏 꾸미고 외출해서 놀기만 바쁜 철부지 딸까지 홀로 짊어진 삶의 무게에 그야말로 지치고 찌들었다.

 

브렌다는 길가에 버려져 있던 커다란 보온병을 주워 온 남편에게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장난감이 아니라 커피 기계가 필요하다고!” (브렌다)

 

절박하게 악쓰는 아내를 달래진 못할망정 남편은 오히려 “계속 그렇게 박박 긁어대면 나 떠날 거야.”하면서 정말 떠나버렸다.

 

“돌아오지 마. 우는 것도 아까워.” 해놓고 막상 울고 있는 브렌다 앞에 저 멀리 도로 건너편에서부터 무거운 여행가방을 끌고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풍만한 몸매의 낯선 그녀가 나타났다. 먼 독일에서 미국까지 여행 와서 남편에게 매몰차게 버림받고 혼자가 된 야스민이었다. 무거운 짐가방을 이끌고 한참을 걸어온 야스민은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눈물을 닦고 있는 브렌다에게 물었다. “모텔이 어디에요?” (야스민)

 

카페 바로 옆에 있는 모텔 역시 브렌다가 관리하고 있었지만, 카페 못지 않게 허름하고 낡아빠진 모텔에 진짜 묵을 생각이 있는지 거듭 확인에 나섰다.

“진심이에요? 택시 안 불러도 돼요? 언제까지 묵을 건데요?” (브렌다)

 

야스민이 여행자 수표로 결제하고 키를 받아 룸에 들어서보니 천정 벽지가 뜯어져 있고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먼지가 켜켜이 내려앉아 있다.

 

짐을 대충 정리해두고 카페에 들어서 커피를 주문해보니 웨이터 카후엔가는 무심하게 커피 기계가 없다며 커다란 보온병에 담긴 커피를 따라 주었다. 사실 그 보온병은 야스민의 것으로 남편이 야스민과 함께 매몰차게 길가에 버린 것이었지만 그녀는 짐짓 모른 체 했다.

 

브렌다는 갓난 아기를 의자에 묶어둔 채 피아노만 치는 아들에게 악을 쓰며 야스민의 룸을 청소하러 갔는데 방안에 온통 남자 옷과 물건뿐인 걸 보고 수상하단 생각에 바로 보안관을 호출했다.

“남자 옷으로 가득 찬 가방에 언제 떠날지도 모르고 수상하잖아요.” (브렌다)

“뭘 입든 자기 취향이죠. 여권도 여행 티켓도 아무 문제 없는데요.” (보안관)

 

보안관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거두지 못한 브렌다는 야스민이 계속 머물겠다는 걸 마땅찮아 했다. 하지만 불친절한 브렌다와는 달리 야스민은 고객이면서 자신의 방을 직접 대청소하는가 하면, 웨이터 카후엔가에게서 브렌다의 남편이 떠나버렸다는 얘길 전해 듣고 손수 카페 운영에 필수인 장보기 목록을 메모해주고, 브렌다가 장보러 간 사이에 온갖 잡동사니로 어지럽고 지저분했던 사무실을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고, 칭얼대는 갓난 손자까지 능숙하게 안아 돌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브렌다는 전혀 고마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장총까지 들고 와 야스민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내 사무실 누가 건드렸냐고!” (브렌다)

“나는 좋아할 줄 알았어요. 행복해할 줄 알았어요. 편하게 일하면 좋잖아요.” (야스민)

“모텔 손님이 내 행복을 신경 써요? 무슨 헛소리! 그 따위 말 안 믿어요. 난 절대 못 믿어요. 누가 그러라고 허락했어요? 누가 그 쪽더러 신경쓰래요? 무슨 상관이에요? 원래 있던 상태로 전부 원상복귀 시켜요, 하나도 빠짐없이.” (브렌다)

 

그 무안을 당하고도 야스민은 계속 모텔에 머무르면서 카페를 찾았다. 그리고 몰래 자신의 자켓을 입고 있다가 들킨 브렌다의 딸 필리스와 오히려 마음껏 패션쇼 놀이를 즐겼고, 엄마에게 타박만 당하는 아들 살라모에게 피아노 연주를 계속하라고 격려하며, 살라모의 갓난 아들까지 능숙하게 보듬었다.

 

브렌다는 딸과 아들, 손자까지 야스민의 룸에 모여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또 불같이 화를 냈다.

“이대론 못 살겠어요. 더는 못 참아요. 당신이 뭔데 이래요? 무슨 속셈이에요? 누구 맘대로 내 삶을 휘젓어요? 여기서 나가요. 얼른 짐 챙겨 나가요. 가서 당신 애랑 놀아요.” (브렌다)

 

야스민은 그렇게나 까칠한 브렌다에게 덤덤하게 고백했다. “난 애가 없어요.” (야스민)

 

야스민의 아픈 고백에도 잠시 움찔했을 뿐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던 브렌다는 금세 다시 돌아왔고 비로소 달라졌다.

“저기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일도 많고 애들도 돌봐야 하니까요. 남편이 일주일 전에 떠났거든요.” (브렌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게 되면서 팍팍한 현실에 우악스럽기만 했던 브렌다 마음의 문이 비로소 부드럽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좋은 오후에요, 야스민.” (브렌다)

“좋은 오후에요, 브렌다.” (야스민)

 

야스민은 카페에서 브렌다를 도와 손님들에게 서빙을 했고, 독학으로 익힌 마술을 곁들여 밝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주변을 편안하고 즐겁게 만들면서 자신도 즐거워하는 야스민의 포근한 아우라에 매력을 느낀 화가 콕스의 초상화 모델도 열심이었다.

 

“브렌다 카페 가 봤어? 마술쇼를 하는데 라스베가스보다 잘해. 거기 가서 커피 한 잔 하지.”

트럭 운전사들의 홍보까지 힘입어 어느새 바그다드 카페는 손님들로 북적였고, 브렌다는 야스민에게 배워 함께 마술쇼를 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북돋우는데 한몫 했다. 카페도 브렌다도 야스민과 함께 하면서 놀랍게 달라졌다.

 

그러나, 보안관이 찾아와 안타깝게도 야스민에게 나쁜 소식을 전했다.

“지금쯤 독일로 돌아간 줄 알았습니다. 여기서 일해요? 그럼 영주권이 필요합니다. 여행 비자도 만료됐고, 죄송하지만 신고해야겠어요.” (보안관)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된 야스민은 하는 수 없이 짐을 챙겨 불현듯 떠나게 됐다. 브렌다는 택시를 타고 떠나는 야스민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잘 있어요, 브렌다.” (야스민)

“잘 가요, 야스민.” (브렌다)

 

야스민이 떠나면서 카페의 특별한 활력소였던 마술도 사라졌고, 다시 예전처럼 우중충하고 썰렁한 분위기로 빠르게 돌아갔다. 다시 미소 잃은 공허한 눈빛으로 돌아간 브렌다는 창밖만 우두커니 바라보았다가 우편함을 뒤졌다가 했다. 화가 콕스는 완성된 야스민의 초상화 액자를 카페 안에 걸어두고, 꽃병도 놓았다. 모두들 야스민을 그리워했다.

 

어느 날 전화벨 소리에 황급히 달려가는 브렌다.

“나 브렌다예요. 어디에요?” (브렌다)

 

제대로 된 응답 없이 전화가 끊기고 말았다.

 

저 멀리서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고 돌아오는 야스민을 본 브렌다의 얼굴에 다시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두 사람은 정답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필리스와 살라모, 갓난 아기까지 반갑게 마중나왔다.

 

바그다드 카페엔 “마술! 마술! 마술!”을 연호하는 손님들로 다시 북적였고, 살라모의 멋진 피아노 연주에 야스민과 브렌다는 물론이고 손님들까지 쿵짝 쿵짝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마술을 즐기는 파티가 신나게 펼쳐졌다.

 

♪♬다들 잘 있었나요? 나도 이곳 모하비 사막에 살고 싶네. 편하고 느린 삶 끌리지 않아? 시작해봐요. 오늘을 사는 거에요. 바그다드 카페에서 쇼가 시작됐으니까. 서두를 필요 없어요. 삶이 아름다워질 테니까. ♪♬

 

손님들 속에 몰래 섞여 있던 브렌다의 남편. 그는 사실 브렌다를 떠나지 않고 가까이에서 계속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브렌다는 남편에게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포옹을 했다.

 

화가 콕스는 꽃을 들고 야스민을 찾았다.

“제가 당신에게 결혼해달라고 하면…그리고 (당신이) 승낙하면…(떠나지 않고) 영원히 있을 수 있어요. 결혼해 주겠소, 야스민?” (콕스)

 

야스민은 미소로 답했다. “브렌다랑 상의해볼게요.” (야스민)

 

포근하고 다정하고 착한 심성의 야스민이 황량한 사막 풍경에 훈훈한 온기와 살맛나는 힘을 불어넣었다. 선한 영향력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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