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갓, White God)

2015/(헝가리)스릴러,드라마

♣감독 : 코르넬 문드럭초

♣출연 : 조피아 프소타/산도르 즈소테르/릴리 모노리 등...

 

♠스포일러 있어요~^^

 

부모가 이혼한 후로, 아빠와 떨어져 살았던 13살 소녀 릴리는 엄마가 학회 참석으로 집을 비우는 동안 아빠에게 와 있게 됐다.

“애 공연에는 올 거야?” (아빠)

“힘들어. 둘 다 잘 돌봐줘.” (엄마)

“둘이라니?” (아빠)

“릴리가 키우는 개가 있어.” (엄마)

“개는 못 데려가.” (아빠)

“그럼 어떡하라고?” (엄마)

 

엄마가 떠나고, 애완견 ‘하겐’을 데리고 쭈뼛쭈뼛 아빠에게 다가가는 릴리.

“너 주려고 가져왔다.” (아빠)

“이게 뭔데요?” (릴리)

“비눗방울.” (아빠)

“고맙긴 한데 저 이제 어린애 아니에요.” (릴리)

 

아빠 집에 도착하자마자, 주인 아주머니가 하겐을 보고 퉁명스럽게 쏘아부쳤다.

“그건 웬 똥개에요?”(아줌마)

“하겐이에요.” (릴리)

“여기서 키우시게요?” (아줌마)

“당분간만요.” (아빠)

“정확히 얼마나요? 여기서 키우면 안돼요. 잡종은 신고 대상이라는 판결문이 공고됐어요. 잡종 등록부를 만든대요.” (아줌마)

“몰랐네요.” (아빠)

“공고 보고 신고하세요.” (아줌마)

“꼭 그렇게 하죠. 고맙습니다.” (아빠)

 

아줌마는 뒤돌아서며 “더러운 것 같으니!” 라고 하겐을 조롱했다.

 

저녁 식사로 소고기를 굽고 있던 아빠 역시 릴리와 꼭 붙어 있는 하겐을 보고 못마땅해 했다.

“적어도 집에서는 개랑 좀 떨어져 있어.” (아빠)

 

식사 도중, 자신의 접시에 있는 소고기 한 조각을 테이블 아래 하겐에게 몰래 먹여주다가 들킨 릴리.

“이 집에서 내 요리를 먹어도 되는 건 너 뿐이야. 개는 사료를 먹어야지. 너나 어서 먹어.” (아빠)

 

릴리는 하겐과 한 방에서 자려고 했지만 아빠는 단호했다.

“개 아니냐. 개랑 같이 잘 순 없어.” (아빠)

아빠는 하겐을 화장실로 쫓아버리고 문을 쾅 닫았다.

 

하겐이 짖는 소리에 잠을 설치는 아빠.

“왜 저러는 거야?” (아빠)

“혼자 있는 게 낯설어서 그래요.” (릴리)

“잠을 못 자겠군.” (아빠)

 

릴리는 화장실로 가서 하겐에게 트럼펫을 연주해 주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하겐이 조용히 바닥에 자리잡고 누웠다.

“잘 자. 나도 사랑해.” (릴리)

릴리는 하겐의 바로 옆에 있는 욕조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현관 벨소리에 놀라는 하겐.

“무슨 일이야, 하겐? 왜 안절부절못해?” (릴리)

 

계속 울리는 벨소리에 아빠가 서둘러 현관문을 열었다.

“신고 받고 왔습니다.” (낯선 남자)

“무슨 신고요?” (아빠)

“개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요.” (남자)

“뭐라고요?” (아빠)

“선생님 개에 물렸다는 사람이 있어요.” (남자)

“전 개가 없는데요.” (아빠)

“그럼 저건 뭐죠?” (남자)

아빠 뒤에 빼꼼히 서 있는 하겐. 하지만 아빠는 시침을 뗐다.

“코끼리인데 보고도 몰라요?” (아빠)

“헝가리 순종이 아니군요. 잡종에는 세금이 붙는데 지금 내시겠어요?” (남자)

“전 부인이 기르는 놈이지 제가 키울 거 아닙니다. 전 세금 못 내요. 이혼했으니 제 책임 아니라구요.” (아빠)

“잡종견은 과세 대상이라니까요.” (남자)

“못 내겠다면요?” (아빠)

“보호소로 보내세요. 오늘 당장이요.” (남자)

“알겠습니다.” (아빠)

 

릴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불안하고 걱정스럽게 지켜보았다.

“나중에 확인하죠.” (남자)

“그러세요.” (아빠)

“잡종 등록도 안 돼서…….” (남자)

 

릴리가 안절부절하자, 아빠가 물었다.

“왜 그래?” (아빠)

“아무것도 아니에요.” (릴리)

“잠은 잘 잤어?” (아빠)

“그럭저럭이요.”(릴리)

“씻고 데려다줄 테니 옷 입어라.” (아빠)


“하겐, 이리 와. 여기서 나가자.” (릴리)

릴리는 아빠 모르게 재빨리 자전거를 끌고 하겐과 함께 집을 나섰다. 높은 언덕배기에 나란히 앉아 걱정하는 릴리와 하겐. 한 아저씨가 개를 훈련시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엎드려. 앉아. 앉으라고. 앉으라고. 기다려. 앉아. 고개 더 들고! 기다려. 기다려.” (아저씨)

“난 저런 거 안 시킬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 (릴리)

 

릴리는 합주단 연습에 하겐을 데려와 벽장 빈 공간에 몰래 숨겨 놓았다.

“착하지, 하겐. 이 안에 얌전히 있어. 나 여기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마.” (릴리)

연습 도중에 하겐이 계속 신경쓰이는 릴리.

 

아니나 다를까, 하겐이 짖으며 뛰쳐 나왔다.

“누구 개야? 어느 녀석이야?” (지휘자)

“저요.” (릴리)

“지금 당장 저 개 내보내라.” (지휘자)


“이리와, 하겐. 우리 나가자.” (릴리)

 릴리는 트럼펫과 가방을 챙겨들고 하겐을 데리고 연습실에서 나왔다.

“릴리, 거기 서지 못해? 지금 나가면 다신 못온다. 알아들어? 어서 들어와. 지금 가면 끝이야.” (지휘자)

지휘자 선생님이 소리쳤지만 릴리는 무시했다.

 

침울한 릴리 모습에 이번엔 하겐이 신경이 쓰였나보다.

“나 핥을 생각 마. 그럴 기분 아니야.” (릴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로 그 때, 아빠가 화가 나서 차로 쫓아왔다.

“너 무슨 생각이냐. 한참 찾았잖아. 신고할 뻔했다. 정신 나간 짓 그만하고 얼른 타라. 고작 개 때문에 집을 나가? 당장 차에 타. 네가 뭐 잘났다고 개를 학교에 데려가?” (아빠)

“보호소에 보내기 싫어서 그랬어요.” (릴리)

“그래도 세금은 안 낼 거다.” (아빠)

“저도 보호소 안 보내요.” (릴리)

“저 개, 앞으로는 아파트에 못 들어가. 내가 널 찾았기에 망정이지…….” (아빠)

“그게 뭐요?” (릴리)

“네가 여왕이라도 돼? 왜 제멋대로야?” (아빠)

“누가 여왕이래요?” (릴리)

“말대답하지 마.” (아빠)

“보호소 안 보낸다구요.” (릴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빠)

“글쎄 보내기 싫다니까요. 돌봐줄 데 찾아봐요.” (릴리)

“저런 잡종은 아무도 안 데려가. 보호소가 왜 있는데?” (아빠)

“어쨌든 보내기 싫어요. 아시겠어요? 세금 안 내면 죽일 게 뻔해요.”(릴리)

“그럼 그냥 여기다 버릴까? 여기 아무 데나 버려? 그랬으면 좋겠어? 대답해 봐. 정말 그럴까? 바라는 게 그거야?” (아빠)

아빠의 화난 다그침에 릴리는 생각없이 그냥 “그러시든지.”라고 했고, 아빠는 갑자기 차를 급정거하더니 다짜고짜 거칠게 하겐을 차에서 끌어내렸다.

“아빠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어쩌려고 그래요?” (릴리)

“여기 버릴래, 아니면 보호소로 보낼래?” (아빠)

“보호소는 안돼요.” (릴리)


“그럼 이리와.” (아빠)

 아빠는 하겐을 냅다 길바닥에 버린 채, 릴리를 강제로 차에 태워 그대로 출발해버렸다.

“하겐, 여기 있어. 데리러 올 테니까. 얌전히 기다리면 꼭 데리러 올게.” (릴리)

릴리는 하겐을 보고 계속 당부하며 소리쳤다. 하겐은 버려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릴리가 떠나는 모습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차 세워요. 안 들려요? 진짜 못됐어. 귀먹었어요?” (릴리)

“입 닫고 조용히 해!” (아빠)

 

정체로 차가 잠깐 멈춰서자, 쏜살같이 달려오는 하겐.

“저러다 차에 치이겠어요. 내려줘요. 내려달라니까요. 내려줘요, 아빠.” (릴리)

“조용히 해.” (아빠)

“내려주세요. 제발 좀 내려줘요.” (릴리)

정체가 풀려 다시 차가 달리자, 릴리는 계속 사정했지만 아빠는 모른체 했고, 하겐은 계속 쫓아왔지만 소용없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멀어지는 하겐을 바라보는 릴리.

 

도로 한복판에 그렇게 버려진 하겐은 릴리를 태운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리자, 멈춰 서서 당황해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순둥이 애완견 하겐은 인정사정 없이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한참동안 길을 건널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편, 집에 돌아온 릴리는 아빠가 잠든 걸 확인하고 가방에 하겐에게 줄 소고기를 챙겨 몰래 집을 나가려다가 들키고 말았다.

“지금 뭐하는 거냐? 가서 자.” (아빠)

“하겐 꼭 찾을 거에요.” (릴리)

 

하겐은 혼자 길거리를 정처없이 헤매고 다녔고, 배가 고파 정육점 앞에 멈춰서 가게 주인이 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다보았다. 그러다가 정육점 뒷골목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유기견 무리와 합류하게 됐다.

“망할 똥개들 썩 꺼지지 못해?”

“지저분한 놈, 배를 따 주마.”

칼을 들고 위협하는 정육점 남자 때문에 하겐은 하마터면 위험할 뻔 했으나 다른 개의 도움으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했다. 버려진 공터에 몰려 있는 수십 마리의 유기견들을 잡으러 유기견 보호소 차량이 나타났다.

“올가미 챙겨. 뒤쪽으로 몰아야 해. 공터 안쪽으로 몰자고.”

보호소 직원들이 인정사정 없이 유기견들에게 올가미를 씌워 차에 태우기 시작했고, 하겐 역시 꼼짝없이 붙잡힐 뻔 했지만 마침 노숙인이 숨겨준 덕분에 또 한 번 위기를 모면했다.

 

“나 좀 도와줘야겠다. 배고픈 떠돌이인 건 피차 마찬가지잖아. 오늘 일진이 좋군. 기다려봐라, 누가 주인인지부터 가르쳐주마.” (노숙인)

보호소 차량이 떠나자, 노숙인은 허리띠로 매고 있던 기다란 노끈을 풀어 하겐의 목줄을 단단히 옭아맸다.

 

릴리는 아빠와 함께 합주단 연습실에 찾아가 지휘자 선생님에게 사과했다.

“릴리, 사과드리고 다시 자리에 가서 앉아.” (아빠)

“잘못했어요.” (릴리)

“여기에 동물을 데려온 이유부터 설명해봐.” (지휘자)

“집에서 못 키우게 돼서 그랬어요. 그런 개는 원치 않아서요.” (릴리)

“그 잡종이 뭘 어쨌는데 그래?” (지휘자)

“아빠를 물었다고 치죠.” (릴리)

아빠가 시킨 듯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릴리.

“그럼 보호소에 보냈나?” (지휘자)

“도망쳤어요.” (릴리)

 

릴리는 다시 합주단에서 연습을 계속했지만 하겐이 걱정돼 한없이 심란했다. 연습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길거리에 하겐을 찾는 벽보를 붙였고, 하겐의 이름을 불렀다. “하겐! 하겐! 하겐! 하겐!” (릴리)

 

버려진 하겐의 운명은 가혹했다. 노숙인은 돈을 받고 하겐을 개 농장에 팔아넘겼고, 개 농장 주인은 다시 투견꾼에게 팔아 넘겼다.

 

하겐의 목엔 쇠로 만든 굵은 체인이 목줄이 됐고, 투견꾼은 하겐에게 알약을 먹여 강제로 재웠다.

 

“아직은 순하구나.” (투견꾼)

 

냉혹한 투견꾼은 하겐이 순하디 순한 애완견이라는 걸 알면서도 주저함이 없었다. 정체 모를 약물을 주입한 음식을 먹였고, 꼼짝 못하게 결박한 상태로 매서운 채찍질을 가했으며, 생이빨을 날카롭게 갈아서 송곳니로 만들었고, 투견 훈련을 시켰다.

“난 네 본성을 알아. 결국 싸우게 될 거다.” (투견꾼)

 

릴리는 유기견 보호소까지 찾아갔지만 허탕이었다.

“여긴 통제구역인데…….” (소장)

“개 보호소 맞죠?” (릴리)

“잡종견이란 거지? 그래서 쓰레기장에 내다 버렸겠지. 몇 주나 지났으면 희망이 없어. 길을 잃었든지 차에 치였겠지. 강에 빠졌거나.” (소장)

“아줌마가 죽였어요?” (릴리)

“헛소문이야. 여기서는 안락사 안 시킨다.” (소장)

“죽이는 거 맞잖아요.” (릴리)

 

밤이 되자, 투견장에 끌려간 하겐은 더 이상 릴리와 함께 했던 애완견이 아니었다. 가차없이 상대 개를 물어뜯고 공격했다.

 

“이겼다. 똑똑히들 봤나? 이 몸이 돌아오셨으니 다들 내 돈 내놔.” (투견꾼)

 

하겐 덕분에 투견꾼은 베팅에서 이겨 이익을 챙겼고 신나 했지만, 하겐은 자신의 공격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축 늘어진 개의 모습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그대로 도망쳤다. 그리고 어두운 밤길을 끝도 없이 달렸다.

 

릴리는 자전거까지 도둑맞고, 아빠에 대한 반항심에 한밤중 친구를 따라 클럽에 갔다가 결국 경찰서 신세를 졌다. 경찰서로 릴리를 데리러 온 아빠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릴리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 건 힘든 일이지. 일이 우리 생각대로만 풀리는 것도 아니고. 너도 이젠 애가 아니구나. 보호소에서 다른 개라도 데려오자.” (아빠)

“안 그래도 돼요. 그냥 집에 가요.” (릴리)

 

투견장에서 도망친 하겐은 공터로 돌아갔다가, 이번엔 유기견 보호소로 끌려가고 말았다. 릴리가 찾아갔었던 그 보호소였다. 보호소 소장은 릴리에게 했던 말과는 다르게 개들을 임의대로 안락사시키고 있었다. 하겐은 소장이 개를 안락사시키는 광경을 그대로 목격했다.

 

“상처가 심해서 아무도 안 데려가겠네. 가망 없는 놈이네. 따로 떼어놔.” (소장)

투견장에서 싸우다 상처 입은 하겐을 보고 한 말이었다.

 

개를 입양하러 온 소녀가 하겐에게 손을 내밀자, 하겐은 사납게 으르렁댔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 녀석이 미쳤나? 넌 이제 끝장인 줄 알아.” (소장)

 

하겐은 끌고 가는 보호소 직원과 소장을 연이어 공격했고, 갇혀 있던 유기견 무리들과 함께 탈출해 도심을 활보하며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버려진 개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도망치느라 아비규환이었다. 릴리가 있는 연주회장 안까지 개들이 몰려 왔고, 릴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의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하겐을 찾아 나섰다. 등에는 하겐이 좋아하는 트럼펫을 실은 가방을 멨다.

 

도시 전체가 봉쇄됐고, 사람들은 모두 집안에 숨었는데 릴리만 홀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곧이어 수십 수백 마리의 개 무리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고, 릴리는 그만 자전거에서 넘어져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개들은 릴리를 공격하지 않고 빠르게 지나쳐 어딘가로 달려갔고, 릴리 역시 무릎에서 피가 났지만 얼른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하겐을 비롯한 유기견 무리들은 개농장 주인과 투견꾼을 찾아가 공격했고, 경찰들은 개들에게 총을 쐈다.

 

“시내 최대 동물 보호소가 전쟁터가 됐습니다. 몇 시간 전 수백 마리의 개들이 우리를 탈출해 직원들을 살해했습니다. 목격자들의 놀라운 증언에 따르면 개들의 행동이 동물이라기보다 일사불란한 군대 같았답니다. 개들을 추적 중인 군 당국은 시민들에게 외출을 삼가라고 당부했습니다. 몹시 위험한 개들입니다.” (TV 방송)

 

하겐을 처음 유기견 보호소에 신고했던 집주인 아줌마도 공격을 피할 순 없었고, 결국엔 릴리 그리고 릴리의 아빠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하겐은 이제 릴리의 애완견 하겐이 아니었고, 인간들에게 버림받고 이용당하고 잔혹하게 학대당해 변해버린 수백 마리 유기견의 우두머리였다.

 

“하겐, 뭐 하다 온 거야? 왜 그래? 왜 그렇게 보는데?” (릴리)

하겐은 릴리에게도 사납게 으르렁거렸고, 뒤이어 개들 무리가 함께 달려들 참이었다. 릴리는 뒷걸음질 치다가 도망치다가 이윽고 멈춰 섰고, 릴리를 발견한 아빠는 딸을 구하기 위해 불을 붙인 가스통을 손에 들었다.

 

“하겐, 진정해. 왜 그러는 거야? 하겐, 나 모르겠어?” (릴리)

릴리는 하겐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하겐, 썩 물러서. 릴리, 내 뒤로 와라.” (아빠)

“싫어요. 그러지 마시라니까요.” “너희도 그만해.”(릴리)

 

릴리는 아빠와 개들 모두에게 호소했다. 눈물 흘리며 가방에서 하겐이 좋아하는 트럼펫을 꺼내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하겐은 예전에 그랬듯이 바닥에 얌전히 누웠고 다른 개들도 마찬가지였다. 릴리는 연주를 멈추고, 자신도 땅바닥에 엎드려 누워 하겐의 눈을 마주 바라보았다. 하겐도 다른 개들도 릴리도 함께 상처 받고 슬픈 눈빛이었다. 아빠 역시 성큼 릴리 옆으로 다가와 땅바닥에 그대로 누웠다. 일순간 평화로운 침묵이 흘렀다.

 

영화 (화이트 갓)을 보면 도대체 빌어먹을 차별은 동물에게도 예외가 없다. 순종과 잡종이 다름의 개성이 아닌 차별과 학대의 빌미가 되고 있다. 유기견을 보호해야 할 보호소가 무분별한 안락사를 남용하고, 돈벌이에 눈이 먼 못된 인간들은 개들을 투견장으로 몰아 잔인함의 극치를 일삼았다.

 

꼭 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만행들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뜨겁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영화 <화이트 갓>은 헝가리 감독 코르넬 문드럭초의 여섯 번째 장편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대상에 빛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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