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빨강머리’가 존재한다. 어떤 사람에겐 평균 이하의 작은 키, 어떤 사람에겐 별 모양의 화상 자국, 또 누군가에겐 어린 나이부터 썼던 두꺼운 난시 교정용 안경, 혹은 유난히 뚱뚱한 몸일 수도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이른바 콤플렉스라 부른다.

 

내 어릴 적 빨강머리는? 내 경우엔 아빠가 대학에만 가면 코수술을 시켜주겠다고 호언장담하면서부터 코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겼다. 그전까진 내 코가 납작한지도 몰랐다. 코가 납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자꾸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생겼고, 코를 만지려 하다 보니 손톱이 성가셔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는 어린 삼촌들이 세 명이나 함께 살았는데, 그중 가장 콧대 높은 외삼촌은 잠자는 내 코에 빨래집게를 꽂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사람을 보면 일단 코부터 쳐다보는 습관은 그때부터 시작이었고, 낮은 코는 내 유년 시절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면서부터 조금씩 내 코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심지어 제법 귀엽단 소리도 들었고 그러면서 난 어느 날부터 그냥 적당히 낮은 내 코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됐다. 중요한 사실도 깨닫게 됐다. 내 콤플렉스는 내 눈에만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일 뿐, 누구도 내 코를 관심있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

 

그 옛날, 언니가 울고 있는 내 등을 쓸어주면서 “다 지나간다.”고 했을 때, 나는 그 뜻을 알지 못했다. 제아무리 기다려도 앤의 빨강머리가 눈부신 금발머리가 될 리는 없다. 빨강머리가 싫어서 아줌마 몰래 검은색 염색약을 머리에 발랐던 앤은 온통 초록색으로 변한 머리카락을 본 후, 절규하듯 외쳤다. “전 이제까지 빨강머리가 세상에서 최악이라고 생각했어요.” 앤은 머리카락이 초록색이 되고 나서야, 자신의 빨강머리가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시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똑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시간은 느리지만 결국 잎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나무를 자라게 한다. 나는 그것이 시간이 하는 일이라 믿는다.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강퍅한 마음을 조금씩 너그럽고 상냥하게 키운다. 그러니까, 어느 날 거울을 보며 당신도 이렇게 중얼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럭저럭, 이 정도도, 나쁘지 않아…….’

--백영옥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중에서!!

 

(^-^)누구에게나 빨강머리가 있고, 콧대 높고 심술궂은 삼촌이 있고……언니의 말처럼 (시간을) 견디다 보면 다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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