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극지 여행을 한다. 물론 상상으로 떠난다. 상상 속에서도 설빙의 카르를 오르고 혼에서 미끄러지고 크레바스에 빠진다.
빙하곡의 맹추위를 견디기 힘들 땐 적도로 여행지를 바꿔치기 하기도 한다. 열대는 그래도 견딜 만하다. 야자수도 있고 에메랄드빛 바다도 있고. 어차피 마음만 빙하로 사막으로 보내는 거니까.
오늘은 사는 게 팍팍해서 배낭 하나도 들리지 않고 아라비아 사막으로 보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전갈 몇 마리가 기어 다니고 회전초가 물기를 찾아 굴러다니는 곳, 달아오른 모래에 맨발이 화상을 입는 곳, 살갗이 타들어가고 목이 타들어가는 곳, 얼굴에 푸석푸석한 소금꽃이 피어나는 곳, 생각이 하얗게 증발하는 곳.
마음이 모래바람에 시달리다 지쳐 쓰러졌는지 이곳의 몸이 쓰라리고 저려왔다. 물론 마음은 사막에서 낙오하지 않고 늘 살아 돌아온다.
돌아오면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한 컵의 물, 느티나무의 그늘, 한 알의 오렌지, 생각한다는 것, 약간의 불편한 관계들마저도 참을 만해진다.
사람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고, 조금은 더 착해질 수도 있다. 꼭 거기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눈을 감고 생각을 끄면 보인다.
--림태주의 [관계의 물리학] 중에서!!
(^-^)인간이 가진 무한 상상력의 힘을 마음껏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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