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독 13) 사람때문에……

 

졸업했던 모교에서 6년이나 기간제 교사로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정교사 시험에 떨어지는 동료 지해원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1년 된 기간제교사 고하늘. 타학교 정교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그의 소식에 눈물 흘리며 진심으로 기뻐한다.

 

25명 중에 23, 집중력 부족, 소심하다현직 고3 진학 부장 선생님으로 빛나게 활약 중인 박성순의 중학생 아들 현주소. 그녀는 11년 동안 진학부장 경력에 교무부장 추천까지 받았지만 심란하다. 다른 애들 챙긴다고 내 아들은 거의 꼴찌인 줄도 몰랐다니.

 

한편 교장에서 원로 평교사로 밀려나기 직전인 변성주는 마지막으로 후배인 박성순을 교무부장으로 밀어주고 싶은데…….

 

박성순은 또 역시 자신이 자리를 옮기면 외롭게 남게 될 후배들 배명수, 도연우, 고하늘이 걱정되고……. 그녀는 고민 끝에 남편에게 하소연했다.

 

진학부장 딱 1년만 더 하면 안 되나?”(박성순)

 

이유가 뭔데?”(남편)

 

사람 사람 때문에 ” (박성순)

 

결국 그녀는 2년째 접어든 기간제 교사이자 후배인 고하늘에게 이렇게 응원하는 길을 선택했다.

 

내가 보기엔 선생님도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선생님도 1년만 더 버텨요. 내가 진학부에서 1년 더 버텨줄 테니깐…….”(박성순)

 

자신이 재학했던 모교에서 6년이나 기간제 교사로 몸담고서도 결국은 정교사 시험에 낙방한 지해원은 짐을 챙겨 떠나면서 어떤 심정이었을까? 배신이나 원망의 감정을 품을만도 한데, 그는 여전히 옛동료들에게 연락하고 소식을 전했다.

 

교장에서 한순간에 평교사로 전락하게 된 변성주의 심정은?

 

워낙 고생길이라 남들이 다 마다하는 진학부장 자리를 사람 때문에 1년 더 하겠다고 선택하는 박성순의 마음 속은?

 

학생 시절, 불의의 사고에서 자신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스승의 길을 따라 자신도 꿋꿋하게 기간제 교사 소임을 다하며 스승의 아내가 홀로 꾸려나가는 작은 국수집을 계속 드나들고 있는 고하늘의 마음 속은?

 

학교 역시 사회 속의 사회, 또 하나의 기성 조직으로서 정치가 난무하고 경쟁이 불붙는 냉정한 현실 축소판이지만 그 와중에도 박성순의 말처럼 사람 때문에 남다른 선택지를 찾는 그들이 있어서 세상 살 맛이 나는 듯 싶다.

 

그들이라고 왜 남들처럼 승진하고 싶고, 이왕이면 편한 길로 가고 싶고, 자기 이익을 챙기고 싶지 않으리오.

 

더불어 잘 사는 길을 선택하는 그들의 혜안과 헌신, 노력 덕분에 세상 살 맛이 나고, 소외된 약자들에게도 희망의 기운이 나눠지는 게 아닌가 싶다.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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