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틀리 폴라 베어 Infinitely Pola Bear>

2016/드라마

♣감독 : 마야 포베스

♣출연 : 마크 러팔로/조 샐다나/이모젠 월로다/애슐리 오프더하이드 등...

 

♣스포일러 있어요~^^

 

“우리 아빠는 1967년에 조울증 진단을 받았고, 가짜 수염을 붙이고 케임브리지 주변을 돌며 자기 자신을 하버드의 예수 요한이라고 불렀다. 상태가 나아지자 보스턴의 공영 방송국에 취직을 했고, 거기서 엄마를 만났다. 다짜고짜 엄마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첫 데이트 때 자동차로 뉴잉글랜드를 구경하며 신경쇠약 증세가 있다고 고백했지만, 그 시절엔 다들 그래서 엄마는 신경도 안 썼다. 주변의 절반은 반미치광이였으니까. 그렇게 두 분이 결혼해서 내가 태어났고 내 동생도 생겼다. 우린 행복했다. 하지만 인생이란 훨씬 복잡한 법이다. 늘 그렇듯이.” (아멜리아)

 

1978년.

“아빠, 우리는 학교 가야 해요.” (첫째 딸 아멜리아)

“오늘은 우리끼리 축하할 거야. 내가 해고됐거든.” (아빠 카메론)

“취직한 지도 얼마 안 됐잖아요.” (아멜리아)

“주변을 좀 둘러봐.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끽하는 거야.” (카메론)

“회사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아멜리아)

“누가 먼저 트집 잡고 밀어부친 건지 모르지만 사장이랑 크게 한판 붙었어. 아무튼 버섯이나 따서 엄마 오믈렛 만들어주자.” (카메론)

“해고된 거 엄마도 알아요?” (아멜리아)

“환상적이지? 학교 빠진 거 알면 엄마도 좋아할 거야.” (카메론)

 

아내가 좋아할 리가!

“둘 다 차에 타.” (아내 매기)

매기는 화가 났다.

 

한겨울에 수영복 팬티 차림으로 벌거벗고서 담배 연기 폴폴 날리며 자전거 타고 쫓아온 카메론.

“매기, 지금 어디 가려는 거야? 그 가방은 뭐야?” (카메론)

“어서 타.” (매기)

두 딸을 차에 태운 매기는 서둘러 떠나려는데,

“매기, 나 괜찮아. 지극히 정상이라고! 카누는 내가 꺼내놨어. 링컨 공원까지 이고 가서 소풍을 즐길 거야.” (카메론)

 

“소풍 가기엔 너무 춥지 않나?” (큰 딸 아멜리아)

자전거를 냅다 내동댕이 치고, 팬티 차림으로 차량 주변을 맴돌며 소리 지르는 아빠 모습에 겁 먹은 아이들.

 

카메론은 기어히 차를 멈춰 세웠다.

 

“무서워 하지 마. 괜찮아.” (매기)

차 안에서 아이들을 부둥켜 안고 달래며 울음을 터뜨리는 매기. 그 모습을 착잡하게 지켜보던 카메론은 “미안해.” 라고 사과하고, 멀찌감치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수영복 팬티만 입고 땅바닥에 앉아 있어요.” (큰 딸 아멜리아)

“아빠가 많이 아파서 이상해진 거야.”(매기)

“많이 추울 텐데.”(아멜리아)

 

어두컴컴한 저녁, 경찰에 끌려가는 카메론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어린 두 딸에게 엄마 매기가 당부했다.

“내 말 잘 들어. 선생님이나 친구들한테는 이런 얘기 하지 마. 우린 아빠가 좋은 분이고 우릴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걸 이해 못 하거든. 슬픈 일이지.” (매기)

 

그 길로 카메론은 보호시설에 들어가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됐다.

 

아빠에게 손편지를 쓰는 두 딸.

{사랑하는 아빠. 오늘 숲에 들어가서 작별인사를 했어요. 엄마가 차를 팔고 대신 간식을 사줬어요. 도시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 가기 싫어요.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초콜릿을 뿌려서 먹었어요. 엄마는 우리의 보헤미아가 끝났다는데 아마 돈 버는 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을 담아 페이스 스튜어트, 아멜리아 스튜어트.}

 

매기는 두 딸을 데리고 보호시설을 찾아 남편을 면회했다.

“내 새끼들. 안녕!” 약 기운에 힘 없이 느려진 카메론의 목소리. 한 손에 들고 있는 건 아내에게 줄 꽃송이.

“아빠한테 가 봐. 가서 인사 드려.” (매기)

“꼬맹이랑 큰 꼬맹이. 기분이 한결 좋아졌어.” (카메론)

골초인 카메론은 대화 중에도 늘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아빠 배가 진짜 커요.” (아멜리아)

“의사들이 이 안에 약을 집어 넣었거든. 안 아프니까 쳐봐. 어서 때려봐.”

“기분은 어때?” (매기)

“가족들이랑 집에 가고 싶어.” (카메론)

“사랑해요.” (애들)

“나도 사랑해. 고맙다.” (카메론)

 

얼굴 잠깐 보기가 무섭게 돌아서는 아빠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가족들. 그리고 6주 후가 됐다.

“밤에도 창문으로 옥상 조명이 다 보여요. 낮처럼 밝아서 잠이 안 온다구요.” (아멜리아)

“커튼 하나 사 줄게.” (매기)

“조명이 얼마나 큰데요. 교도소에서 쓰는 방범등 같아요.” (아멜리아)

“엄마도 시골이 더 좋지만 거긴 좋은 직장이 없어.”(매기)

“지금 직장도 별로잖아요.” (둘째 딸 페이스)

“더 나은 델 찾아야지.” (매기)

“아빠도 여기서 같이 살면 안 돼요?” (아멜리아)

“아빠 만나러 보호시설 가기 싫어요. 거긴 병원보다 더 후져요.” (페이스)

“지금 병에서 회복하시는 중이잖아.”(매기)

“아빠가 엄마보다 요리도 훨씬 잘해요.” (페이스)

 

하교 길, 아멜리아는 우산도 없이 비옷만 입은 채 비를 쫄딱 맞고서 학교에서부터 터벅터벅 혼자 먼 길을 걸어 보호시설까지 아빠를 찾아갔다.

“여길 어떻게 왔어? 학교에서 걸어온 거야?” (카메론)

“아빠 계획은 뭐예요?” (아멜리아)

“계획이 뭐냐고? 내 계획은…일단 보호시설을 나가는 거야. 그리고 취직해서 아파트를 얻어야지. 그래서 우리 딸들이 아빠 집에 놀러 오면 아침 저녁으로 크레페를 만들어 주겠어. 그러다 가족이 다시 합치면 너랑 페이스랑 엄마랑 같이 사는 거지. 엄마가 날 받아준다면 말이야. ” (카메론)

카메론은 아멜리아의 젖은 옷을 말리고, 따뜻한 차와 음식을 내밀었다. 아멜리아는 희망찬 표정을 지었다.

“나니아 연대기의 톰누스 집에 온 거 같아요.” (아멜리아)

“여태 들어본 말 중 최고의 찬사인데!” (카메론)

“엄마는 아빠가 술 마시는 게 제일 큰 문제래요. 그러니까 술을 끊고 꾸준히 리튬을 복용하면 엄마도 받아줄 거에요.” (아멜리아)

“정말 엄마가 너한테 속마음을 털어놨다고?” (카메론)

“네.” (아멜리아)

“다시 나니아 연대기 놀이나 하면 안 될까?” (카메론)

 

카메론은 직장에서 근무 중인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멜리아가 오늘 나를 찾아왔어. 별일은 없었어. 내가 집으로 데려갈게.” (카메론)

 

모처럼 한집에 다 모인 가족들. 아멜리아는 피아노를 치고, 페이스도 미소 지으며 식탁 위에 꽃병을 올려두었다.

카메론은 주방에서 매기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느 평범한 가정에서처럼 아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부모의 모습 그대로였다.

“거긴 어떻게 갔대?” (매기)

“걸어서. 아무래도 심리치료를 받게 해야 할 것 같아.” (카메론)

 

부부는 아멜리아의 피아노 연주 실력을 한마음으로 아낌없이 칭찬했다.

“완전 감동이야!” (카메론)

“잘한다, 우리 딸!” (매기)

 

“일은 어때?” (카메론)

“그 놈의 일!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매기)

한숨을 짓는 매기의 어깨를 쓰다듬어 주는 카메론. 아멜리아가 즐거운 표정으로 불쑥 두 사람의 다정한 사이에 함께 끼어들었다.

“세탁물을 깜빡했네.” (매기)

“우리가 갈게요.” (아멜리아)

아멜리아는 동생 페이스와 함께 세탁물을 가지러 나섰다. 아이들은 모처럼만의 엄마 아빠 다정한 모습이 좋았다.

 

자매가 나란히 공용세탁실에서 세탁물 바구니를 챙겨오는 길, 계단 참에 앉아있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링컨 초등학교에 다니니?” (여자 아이)

“우린 피바디에 다녀.” (아멜리아)

“거긴 보스턴에서 제일 좋은 공립학교잖아. 여긴 피바디가 속한 학군이 아니야. 여기 사는 애들은 다 똥통 학교인 링컨에 다녀야 해.”(여자 아이)

“그리고 아일랜드 애들한테 매일 두들겨 맞고. ” (남자 아이)

“난 맞기 싫어.” (페이스)

“누군 좋아서 맞겠냐.” (남자 아이)

“아무튼 우린 피바디에 다녀.” (아멜리아)

“그러니까 그건 불법이야. 공평하지 않다고. 그런 짓을 했으니 너흰 감옥에 갈 거야.” (여자 아이)

 

가족이 다 모인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 아멜리아가 하소연했다.

“집이 어디냐고 묻는데 거짓말하긴 싫어요.” (아멜리아)

“피바디는 보스턴에서 제일 좋은 공립 학교야.” (매기)

“그렇든 말든 거짓말은 싫어요.” (아멜리아)

“괜찮아, 네가 아니라 엄마가 거짓말하는 거니까.” (카메론)

“링컨엔 가기 싫어요. 거기 애들은 맞고 다닌대요.” (페이스)

“아빠가 싸움의 기술을 전수해줄게.” (카메론)

“선생님이 눈치채면요?” (아멜리아)

“넌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이 예뻐하시잖아.” (매기)

“아일랜드 애들한테 두들겨 맞는대요.” (페이스)

“그런 일은…….” (매기)

아이들의 하소연 파노라마에 매기가 힘들어하자, 카메론은 막내 페이스를 향해 힘차게 윙크하며

“네가 다 접수해버려.” (카메론) 라고 격려했다.

 

“그렇게 우릴 피바디에 보내고 싶으면 그쪽 학군으로 이사 가면 되잖아요.” (아멜리아)

“우리 수준엔 무리야. 이 임대아파트라도 얻은 게 다행이지.” (매기)

“아빠네 집은 부자라면서요?” (아멜리아)

아멜리아가 답답하다는 듯이 짜증을 내자, 매기도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우린 돈 없어. 매일 이력서를 보내도 답이 없고 마지막 남은 돈도 다 썼어. 그래도 너희들 교육만은 제대로 시키고 싶다고.” (매기)

 

모녀가 언쟁을 높이자 카메론은 슬그머니 테이블에서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후라이팬을 들고 와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더 먹을 사람?” (카메론)

“식사 준비해줘서 고마워.” (매기)

“매일 해줄 수도 있어.” (카메론)

“고맙지만 난 아내가 아닌 남편이 필요해.” (매기)

“남편이 되고 싶어도 아내가 거절하잖아.” (카메론)

“아내가 아내 역할만 할 수 있게 해줬어야지.” (매기)

“난 남편이고 싶지만 자기가 남편 역할을 하고 날 아내로 만들려고 했잖아.” (카메론)

 

매기는 아이들의 학교에 불려갔다.

“교장선생님이 뭐래요?” (아멜리아)

“우린 이 학교 학군에 살지 않으니까 너랑 페이스는 링컨으로 가야 한대.” (매기)

“엄마, 미안해요.” (아멜리라)

“괜찮아. 제발 울지 마. 미안할 거 없어.” (매기)

“어디 사냐고 묻는데 말문이 막혔다고요.” (아멜리아)

“거짓말 안 한 건 올바른 행동이야.” (매기)

“우리가 한 일은 불법이래요.” (아멜리아)

“나도 알지만…다 엄마 잘못이야. 너희를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었거든.” (매기)

“나 때문에 페이스가 맞고 다니면 어떡해요?” (아멜리아)

“페이스는 그런 애들을 다 할퀴고 다닐걸.” (매기)

 

드디어 카메론이 보호시설에서 퇴원해 따로 집을 마련했다.

“침낭, 잠옷, 인형, 책이랑 갈아입을 옷 또 뭐가 있지?” (카메론)

“칫솔!” (매기)

“애들 칫솔은 내가 미리 사뒀어. 나무 상자 두 개로 침대도 만들었는데 애들도 좋아할 거야.” (카메론)

“잔뜩 기대하고 있어.”(매기)

“낮에는 상자를 돌려서 인형극을 할 수도 있어.” (카메론)

“그거 정말 재미있겠다.” (매기)

“이제 내 집이 생겼으니 필요하면 언제든 애들 데려다가 재울 수도 있어.” (카메론)

“고마워.”(매기)

“당신 방도 있어. 농담이야. 절대 강요는 안 해.” (카메론)

 

매기는 카메론에게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카메론! 나, 경영대학원에 합격했어.”(매기)

“매기, 이 똑똑한 여자 같으니라고! 당신의 도전정신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카메론)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주겠대.” (매기)

“애들을 뉴욕에 데려갈 순 없어.” (카메론)

“당연하지. 나 혼자 살 방 얻기도 빠듯한데.” (매기)

“그럼 애들은 어떡해?” (카메론)

 

매기는 무거운 한숨을 쉬며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 여름 학기까지 해서 18개월 안에 학위를 마칠게. 제니네 엄마가 작은 방을 세 줄 수 있대. 내가 뉴욕에 가면 당신이 여기 와서 애들을 돌보는 거야.” (매기)

“내가?” (카메론)

“그래, 당신이.” (매기)

“응. 당신도 애들도 서로 그리워했잖아. 난 18개월 안에 MBA 학위를 따고 보스턴에 취직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올게.” (매기)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카메론)

“당신 주치의한테도 물어봤는데…” (매기)

“삶의 목적이 있는 건 좋은 일이겠지.” (담배를 꺼내 무는 카메론)

“당신한텐 그런 일상이 필요하다고 했어.” (매기)

“그래, 일상이라면 식탁에 음식을 차리고 매일 아침 등교시키고 밤마다 재우고 이 닦고 머리 빗으라고 하루 두 번씩 잔소리하고 빨래도 하고…맙소사, 엄청나잖아.” (카메론)

“물론 힘들겠지만 우린 점점 더 빈곤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어. 이대로 두고 볼 순 없잖아. 내 말 알겠어?” (매기)

“그래, 맞아. 애들이 옮긴 학교는 꼭 소년원 같더라.” (카메론)

“형편없는 곳이야. 우린 좋은 학교에서 피아노 교습도 받았고….” (매기)

“난 교습 안 받았어.” (카메론)

“그래도 펜싱은 배웠잖아. 스키랑 체스도.” (매기)

“다 가족들한테 배웠지.” (카메론)

“내 말의 요점은 우리 애들도 당신이나 나처럼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 (매기)

“나도 그러고 싶지만 18개월을 어떻게 버텨?” (카메론)

“자긴 할 수 있어. 내가 주말마다 와서 도와줄게.” (매기)

“주말마다?” (카메론)

“그래.”(매기)

“여기서 같이 지낼 거야?”(카메론)

“당연하지.”(매기)

“그럼 다시 가족이 되는 거야?”(카메론)

“맞아.”(매기)

 

보호시설에 들어가기 전처럼 다시 가족이 될 수 있단 얘기에 카메론의 마음이 움직였고, 매기는 남편과 함께 시부모님을 만났다.

“우리 아들을 대신해서 내가 반대해야겠구나. 저 앤 준비가 안 됐어.” (시어머니)

“카메론은 할 수 있어요.” (매기)

“의사도 저한텐 더 많은 책임이 필요하대요.” (카메론)

카메론은 아내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남자가 뭐하러 그런 책임을 져?” (시아버지)

“네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부담이야.” (시어머니)

“주치의 상담도 했어요. 카메론 상태가 호전돼서 얼마든지 가능하대요.” (매기)

“혹시 이게 다 페미니즘 때문이냐?” (시아버지)

“저흰 빈곤층이에요. 애들은 질 나쁜 학교에 다니고요.” (매기)

“일류학교에 보내봤자 남는 것도 없던데.” (시아버지)

아버지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카메론. 카메론도 일류학교 출신이었다. 비록 중도에 하차했지만.

“우리 애들은 다 착해요.” (시어머니)

“그야 그렇지만 제 앞가림도 못 하잖아.” (시아버지)

“머레이는 다르죠. 우리도 그렇고요.” (시어머니)

 

카메론은 다시 한 번 매기 편을 들었다.

“매기가 하는 일은 칭찬받아 마땅해요.”(카메론)

“물론 아주 기특하지.” (시아버지)

“얘야, 난 절대 반대다. 가족을 두고 가지 마라.” (시어머니)

 

매기는 시어머니에게 단호하게 뜻을 밝혔다.

“어머님, 전 절박해요. 우린 빈털터리예요.” (매기)

 

엄마가 혼자 떠난다는 사실에 토라져 있는 아이들을 어렵게 뒤로 하고 뉴욕으로 간 매기.

 

카메론은 의기소침해 있는 아이들을 과거에 증조할머니가 자랐던 대저택으로 데려갔다.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이 동네 최고의 저택이야. 너희 고조할아버지는 철도 사업으로 보스턴 최고의 갑부였어.” (카메론)

“그런데 왜 우린 가난해요?” (아멜리아)

“재산이 전부 신탁으로 넘어가서 아무도 손대지 못해. 증조할머니가 관리하시거든. 언제 누구한테 줄지 그분이 다 결정하는 거야. 설명하긴 좀 힘들어. 들어가서 구경할까?” (아멜리아)

“남의 집에 함부로 찾아가면 안 돼요.” (아멜리아)

“여긴 보스턴이야. 두 팔 벌려 환영할걸. 고조할머니는 여기서 영국 국왕 내외에게 식사를 대접하셨는데…….” (카메론)

카메론은 자신만만하게 아이들의 손을 잡고 주인이 출타 중인 대저택에 들어가 구경했지만, 결국 돌아온 주인에게 곧바로 쫓겨나고 말았다.

 

“창피해 죽을 뻔 했다구요.” (아멜리아)

“창피할 짓은 그 사람이 했어.” (카메론)

“아니에요. 아빠가 창피해요.” (아멜리아 & 페이스)

“난 창피하지 않아. 그 녀석이 문제지.” (카메론)

“아빠가 문제예요.” (아멜리아 & 페이스)

 

집에 돌아오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빨리 집에 와요.” (아멜리아)

“12일 후에 갈게.” (매기)

“지금 오면 좋겠어요.” (아멜리아)

“너희가 적응하는데 힘들 거란 건 알아. 이번 주엔 오리엔테이션이랑 수강 신청 때문에 못 가고, 다음 주엔 꼭 갈게.” (매기)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들만의 생활이 시작됐다.

“아빠! 아빠! 빨리 일어나요! 우리 늦잠 잤어요. 이러다 지각하겠어요.” (페이스)

 

헐레벌떡 일어나 아이들과 함께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자마자 만난 아내 매기의 친구. 다정하게 인사하면서 카메론에게 칭찬인지 비난인지 모호한 뼈 있는 한마디를 건넸다.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네요. 이렇게 아내를 도와준다니 생각이 깨인 분이세요. 보통 남편들은 아내가 가장이 되는 걸 방해하죠.” (매기의 친구)

 

아이들을 학교 앞에 내려주고 “끝날 때 데리러 올까? 늦지 않게 데리러 올게.” 했지만, 아이들은 문도 잘 안 열리는 똥차가 창피해 “아니요. 싫어요.”를 외쳤다.

 

그리고, 카메론은 약속과는 달리 엔진이 고장 난 똥차를 수리하느라 하교길에 데리러 가지 못했다. “이런 젠장! 엔진만 고치면 멕시코까지 드라이브 가자.” (카메론)

 

걸어서 하교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이웃집 루스 할머니. 카메론은 정답게 인사하려 하지만 막내 딸 페이스가 말렸다.

“아빠는 말이 너무 많아요.” (페이스)

“난 그저 이웃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는 거야. 세상은 같이 살아가는 거라고. 친절하게 굴면 누구나 다 좋아해.” (카메론)

 

그리곤 루스 할머니에게 곧장 다가가 큰소리로 인사를 건넸고, 할머니의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집까지 들어다 주었고, 할머니가 사양하는 데도 “정리하는 것도 도와 드릴까요? 전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책상이나 다른 가구를 옮길 건 없나요? 가구 배치를 바꾸면 새로운 기분이 들죠... 양파 썰어 드릴까요?” 라고 끊임없이 접근을 시도해 결국 또 아이들의 분노를 샀다.

“대체 왜 그래요?” (페이스)

“내가 뭘?” (카메론)

“문전박대 당할 짓을 했잖아요.” (아멜리아)

“난 좋은 이웃으로서 최선을 다한 거야.” (카메론)

“짜증나는 이웃이겠죠.” (페이스)

“이제 다들 아빠를 보면 멀리 도망갈 거에요.” (아멜리아)

“아니. 여기저기서 나를 찾게 될걸. 난 무거운 가구도 기꺼이 옮겨주고, 창고 정리도 해주고, 공항까지 태워다줄 거야. 난 좋은 이웃이니까. 아무 것도 모르면서.” (카메론)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까지 서로 뾰로퉁했던 부녀지간이었지만, 아버지의 화해 시도를 받아주는 딸들.

“이건 아마존으로 가는 노르웨이 증기선에서 배웠던 요리야.” (카메론)

“그게 언젠데요?” (아멜리아)

“하버드에서 쫓겨난 여름이었지.” (카메론)

 

카메론은 아이들이 잠이 들 때까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주방에 한가득 쌓여있는 설거지 더미와 빨래 더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미치겠네!”

 

잠든 아이들을 향해 “얘들아, 몇 시간만 나갔다 올게. 잘 자고 있어. 난 자정 전이나 그 후에 돌아올게. 잘 자라.” 라고 형식적인 독백을 던지고는 휘파람을 불며 술집으로 갔다.

 

술 마시고 춤추고 신나게 일탈을 즐기고 돌아오니 아이들이 잠에서 깨 화가 나 있었다.

“어디 갔었어요? 일어나보니 아빠가 없어서 페이스가 무서워했어요. 엄마 전화나 받아요!” (아멜리아)

“매기, 아무 일도 없어. 다들 무사하다고. 내가 나간다고 했는데 애들이 자고 있었어. 그렇다고 나갈 때마다 깨울 순 없잖아. 잠깐 바람 쐬고 온 거야.” (카멜론)

“아빠가 엉망이란 걸 엄마도 이젠 알겠지?” (아멜리아에게 페이스가)

“완전 취했어.” (아멜리아)

“엄마가 그걸 아는 게 도움이 될까?” (페이스)

“엄마가 한 주 일찍 오겠지.” (아멜리아)

 

다음 날 등교 하는 길에 카메론은 아이들에게 금요일 엄마가 오기 전까지 대청소를 하자고 제안하지만 “아빠 짐 상자나 정리하세요.” “우리 방을 치워달라고 하진 않을게요.”라며 비협조적이었다. “제기랄, 관둬! 더럽게 좋은 하루 돼라! 이런 망할 놈의 똥차!!” 똥차를 몰고 아이들에게 악담을 퍼붓는 아빠의 모습을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함께 보는 게 창피한 아이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빠 혼자서 집을 말끔히 치워놓았다.

아이들은 놀라고 좋아서 아빠 품에 신나게 안겼다.

“봐줄만 하지?” (카메론)

“멋져요. 진짜 좋아요.” (아멜리아 & 페이스)

 

언제 으르렁댔냐 싶게 아빠와 두 딸들은 사이좋게 노랠 흥얼거리며 설거지를 도왔다. 주말에 집으로 돌아온 아내 매기도 깨끗해진 집을 보고 만족스러워하며 카메론에게 고마워했다.

“아빠를 처음 봤을 때도 지금이랑 비슷했어요?” (아멜리아)

“재미있고 다정하고 야외 활동도 모르는 게 없었지. 그 땐 다행히 직업도 있었어. 뛰어난 조명기사였지. 하지만 결국 압박감을 이기지 못했어. 난 그 때 조울증이 어떤 건지 몰랐어. 60년대엔 누구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조울증도 별것 아닌 줄만 알았어.” (매기)

“아빠랑 결혼한 걸 후회하겠네요.” (아멜리아)

“아니, 그런 적 없어.” (매기)

 

하지만 짧은 주말이 끝나고 학업을 위해 매기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고, 카메론도 다시 익숙한 무질서의 세계로 돌아갔다. 거실 가득 어질러놓은 물건 더미마다 <작업중 헝클어 놓지 말기>,<수리 중 그대로 두시오>,<접착제 말리는 중 만지지 마시오> 등의 쪽지를 붙여 놓았고 아수라장이 됐다. 아이들도 아빠를 그대로 흉내내 자기만의 영역에 <또 놀 거니까 그대로 놔두기>라는 메모를 붙여 놓았다.

 

부녀지간의 평화도 오래 가지 않았다. 아멜리아는 머리를 빗겨주는 아빠에게 아프다고 버럭 소리를 질렀고, 페이스는 설거지 수세미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고 투덜거리더니 아빠에게 수세미를 냅다 던져버렸다.

 

주말이 돼서 매기가 돌아왔지만 집안은 계속 난장판이었고, 카메론은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한숨을 내쉬는 매기에게 카메론은 “잠깐 쉬는 중이고 곧 정리할거야. 수세미도 새로 샀어.” “이 아파트의 싱글맘들은 서로 안부도 묻고 같이 커피도 마시면서 나한테는 안부도 안 묻고 커피도 안 줘. 얼마 전엔 자기들끼리 와인이랑 치즈도 먹던데……. 나만 보면 도망가.” 계속 하소연 주렁주렁이었다. 매기는 남편의 하소연을 경청해주고 다정하게 조언했다. “당신이 남자니까 조심스러운 거지. 게다가 애까지 있는 유부남이니까.”

 

한겨울 카메론은 엔진이 고장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 똥차 대신에 뒷좌석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찬바람이 그대로 밀어닥치는 다른 똥차로 바꾸었다.

“저 차는 어떻게 돼요? 사려는 사람도 없을 텐데.” (아멜리아)

아빠에게 버럭 소리지르던 아멜리아가 팔린 차의 추억 때문에 울었다. 여리고 착한 아이!

 

카메론은 상심한 아이들을 부자 증조할머니 댁에 데리고 갔다.

“애들 엄마는 어떠니?” (증조할머니)

“원래 주말마다 오는데 이번 주는 시험이 있어서 못 왔어요. (딸들을 향해) 하지만 우리끼리도 잘 지내고 있지?” (카메론)

“네”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엄마가 뉴욕에 가 있는 게 이상하지는 않니?” (증조할머니)

“더 많은 기회를 얻으려고 가신 거에요.” (야무지게 대답하는 아멜리아)

“이젠 여자도 뭐든 할 수 있대요.” (페이스)

“참 열심히도 사는구나.” (증조할머니)

“우린 파이터라고 불러요.” (카메론)

“이런 예쁜 애들을 혼자서 돌보다니 정말 자랑스럽구나. 난 요즘 링컨만 타니까 벤틀리는 널 주마.” (증조할머니)

증조할머니는 바닥에 구멍 난 똥차를 대신 할 벤틀리 자동차를 선물해 주었지만, 카메론은 비싼 차 대신에 다른 제안을 했다.

“저희는 임대주택에 살아요. 전 벤틀리 유지비도 없고 기름 채울 돈도 없어요. 우리 애들은 둘 다 아주 똑똑한데 지금 다니는 학교에선 교육에 한계가 있어요. 진짜 돕고 싶으시면 사립학교에 보내주세요.” (카메론)

카메론은 진심을 다해 호소했지만, 증조할머니는 이해하지 못하셨다.

“그런 건 여자애들한테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안 그러니?” (증조할머니)

 

결국 카메론은 벤틀리를 포기했고, 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건방진 말대꾸에도 무시하지 않고 차분히 응대해주는 아빠.

“미안. 너희가 실망한 건 알지만 증조할머니한테 벤틀리를 받을 순 없었어.” (카메론)

“그 차를 팔아서 크레페 수레를 샀으면 우린 가난에서 벗어났을지도 몰라요.” (아멜리아)

“크레페가 아무리 맛있어도 떼돈을 못 벌어. 지금은 불경기니까.” (카메론)

“그럼 벤틀리를 팔아서 현금을 가지면 되죠.” (아멜리아)

“차를 파는 건 허락하지 않으셨을 거야.” (카메론)

“아빠한테 준댔잖아요.” (아멜리아)

“너희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카메론)

“남들이 부러워하는 걸 우리도 가져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고요.” (페이스)

 

그랬다가도, 주말이 돼 돌아온 엄마에게 금세 아빠 자랑을 하는 딸들.

“아빠가 멋진 일을 했어요.” (아멜리아)

카메론이 학대 받던 개를 구출했고 식구가 됐단다.

카메론은 아멜리아와 페이스에게 위장전입이 불법이니 감옥에 가게 될 거라고 악담을 퍼붓어댔던 이웃 아이들까지 불러서 함께 농구 놀이를 했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화해하고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좋은 애들이던데 언제 한 번 초대하자.” (카메론)

“안돼요. 이런 돼지 우리를 보여주느니 죽겠어요.” (아멜리아 & 페이스)

“나 상처 받았어.” (카메론)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카메론은 저녁 식사 준비하느라 바쁜데 아멜리아는 피아노 치며 노래하느라, 페이스는 춤추느라 바빴다.

“페이스, 그만하고 식탁 좀 치워줄래?” (카메론)

“난 바빠요.” (페이스)

“금방 밥 먹을 거니까 자리를 치워놔야지.” (카메론)

“이따가요.” (페이스)

“지금 당장! 지금 하라고!!” (카메론)

아빠 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놀기만 바쁜 두 딸에게 결국 또 인내심이 폭발하고 말았다. 카메론은 밀가루가 들어있는 양푼을 냅다 바닥에 던져 버렸다.

“아빤 못됐어요! 난 하인이 아니에요.” (페이스)

“그래, 내가 하인이지. 온종일 요리하고 집 청소하고 차 태워주고 시중들어주니까 내가 하인으로 보이지? 난 나갈 거야.” (카메론)

“보모도 없잖아요.” (아멜리아)

“그딴 거 필요 없어.” (카메론)

“밤에 우리끼리 있으면 페이스가 무서워해요.” (아멜리아)

“담력을 키울 때도 됐어.” (카메론)

“못 가요.” (아멜리아)

아멜리아는 집을 나가는 아빠의 바짓단을 붙잡고 늘어졌지만, 카메론은 기어히 뿌리치고 나왔다.

“난 나가야겠어. 더는 못 참겠다고. 건방진 꼬마들 말고 어른들을 상대하고 싶어. 그 손 치워.” (카메론)

아멜리아는 동생 페이스와 함께 복도로 나와 씩씩거리며, 나가는 아빠를 계속 바라보고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빠가 그대로 사라져 버리자, 둘은 겁먹은 채 방망이를 들고 거실을 지켰다. 하지만 카메론은 두 딸이 걱정돼 외출하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

“놀라게 해서 미안해.” (카메론)

“아니에요, 아빠. 우리가 더 용감해질게요.” (아멜리아)

“어서 가서 자. 난 치울 게 산더미야.” (카메론)

 

아이들이 자러 가고, 카메론은 밀가루로 엉망진창이 된 바닥과 벽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부실한 현관문 잠금장치도 손봤다.

 

여름이 됐다. 아이들은 아빠의 시선이 닿을만한 구석구석에 <담배=사망>, <경고문, 흡연은 죽음을 부른다>, <하루 두 갑이면 10년은 먼저 간다>는 그림과 메시지를 담은 쪽지를 열심히 붙였고, 그럼에도 계속 담배를 피우고 있는 카메론의 가슴팍에 <실제 골초의 폐> 쪽지를 붙였다.

“우울해.” (카메론)

“그러시겠죠. 키우던 개는 도망갔고, 부모님은 생활비를 쥐꼬리만큼 주고, 다들 아빠를 피하니까요.” (아멜리아)

 

아멜리아가 동생 페이스를 데리고 친구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우울한 카메론도 따라 가겠다고 나섰다.

“나도 가도 돼?” (카메론)

“안 돼요.” (아멜리아 & 페이스)

“친구들이랑 놀 거라구요.” (아멜리아)

“그럼 친구들을 여기로 불러.” (카메론)

“이 돼지 우리로요?” (페이스)

“그런 말 하지 마.” (카메론)

“어른이 애들이랑 노는 건 이상해요.” (페이스)

“아빠나 우리나 각자의 생활이 있어야죠.” (아멜리아)

“너희한테 묶여 있는데 내 생활이 어디 있어?” (카메론)

문을 쾅 닫고 나가는 자매 뒤로 멍하니 지켜보며 계속 서 있는 카메론. 카메론의 밤 외출을 막아섰던 아이들의 모습과 똑같았다.

“알았어요. 공원에 있는 테이블로 와요.” (아멜리아)

아이들은 카드놀이를 했고, 옆에 서 있던 카메론은 습관대로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찾았다. “누구 라이터 없니?” (카메론)

아멜리아는 정색 하며 “너희 집에 가서 놀아도 돼?” 라고 자리를 뜨려 했지만, 카메론은 한술 더 떠 애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차랑 토스트를 먹으면서 보드게임을 하자.” (카메론)

“우린 창피하다고요. 남한테 우리집을 보여주기 싫다고요.” (아멜리아 & 페이스)

“우리가 이렇게 사는 건 너희 잘못이 아니야. 아빠가 조울증이 있다고 당당히 말하고 친구들 앞에서 창피해 하지 마. 제길 관두자.” (카메론)

 

카메론이 화나고 속상해하며 성큼 집으로 가버렸고, 자매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그렇게나 질색했던 집들이를 하게 됐다.

“미리 말해두는데 이런 집은 처음 볼 거야.” (아멜리아)

“더러운 집에 많이 가봤어.”(남자 친구)

“우리 집만큼은 아닐걸.”(아멜리아)

 

“친구들을 데려왔어요.” (아멜리아)

“정말?” (카메론)

기특하고 착한 딸들에게 미소 짓는 카메론.

 

“물건이 왜 이렇게 많아?” (여자친구)

“우리 아빠가 조루증(조울증을 잘못 말함)이거든.” (페이스)

“조울증이야. 기분장애의 하나지.” (아멜리아)

아빠의 충고대로 친구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설명하는 착한 딸들.

“우리 삼촌도 조울증인데 그 집도 여기랑 비슷해.” (남자친구)

 

아이들은 금세 어울려 재밌게 놀면서 카메론이 만든 토스트까지 맛있게 먹었고, 앞장 선 카메론을 따라 숲으로 가서 호신술도 배우고 마음껏 자연 놀이도 즐겼다.

 

가을! 카메론은 매기에게 아이들 자랑을 했다.

“아멜리아는 지난주에 학교 불량배를 손봐줬어. 어찌나 세게 찼는지 목발 신세를 만들었지.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카메론)

“곧 일자리를 잡아서 돌아오면 더 좋겠네. 지금까지 도와준 거 정말 고마워.” (매기)

 

드디어 컬럼비아대학에서 곧 MBA 과정을 수료하게 된 매기는 교수님 추천서와 함께 면접을 봤다.

“뉴욕의 후튼 증권사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전 하워드사에 꼭 들어오고 싶어요.” (매기)

하지만 면접관들은 매기가 애가 둘이나 있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밝히자, 더 이상의 면접을 진행하지 않았다.

 

한편, 카메론은 줄담배를 피워가며 밤을 꼬박 새워 페이스의 플라멩고 공연 의상을 페이스의 주문대로 주름도 많고 반짝거리게 만들어냈다. 인형옷을 교본 삼아서 직접 재봉틀 앞에 앉아 맥주캔을 들이키며 뜯어 고친 인내심의 결과에 페이스는 너무 맘에 들어했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제일 예쁜 치마예요.” (페이스)

“우리 딸 플라멩고 인어공주 같네.” (카메론)

 

스스로도 뿌듯해 새벽 5시에 아내 매기에게 전화를 건 카메론.

“딸을 위해 나풀거리고 반짝이는 치마를 만들었어.” (카메론)

“멋지네. 이제 잠 좀 자.” (매기)

“난 하나도 안 피곤해.” (카메론)

“딸의 의상을 만들며 밤을 새우는 아빠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어!” (카메론)

“리튬은 복용하고 있어?”(매기)

“사실 당신 가고 나서 한 번도 안 먹었어. 맥주를 조금씩 홀짝이면 온종일 끄떡도 없거든.” (카메론)

 

주말이 돼 집으로 온 매기는 카메론이 리튬을 복용하지 않은 걸 걱정하면서 고민을 털어 놓았다.

“자기 몸과 마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매기)

“당신은 애들한테 책임을 다하고 있어?” (카메론)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매기)

“당신 힘든 거 알아. 주말마다 내려오느라 그동안 힘들었잖아.” (카메론)

“여기 오는 게 아니라 떠나는 게 힘들어. 다들 나를 최악의 엄마라고 생각해. 애들한테 더 나은 기회를 주려는 것 뿐인데. 당신은 명문가 출신이라 모를 거야. 백인이 가난하게 살면 그냥 특이한 거지만 흑인이 가난하면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아.” (매기)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날 봐주는 사람도 한 명도 없어. 내 방 하나도 제대로 못 치우거든.” (카메론)

“난 뉴욕에 있는 후튼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야. 이미 결정했어.” (매기)

“나 혼자 더는 못 버텨. 우린 당신이 필요해.” (카메론)

“나도 알고 있어. 당신은 할 만큼 했어. 이젠 내가 돌볼 차례야.” (매기)

“애들을 뉴욕으로 데려 가겠다고?” (카메론)

“난 아직 당신을 믿고 절대 포기하기 싫지만 어쩔 수가 없어. 원래는 졸업해서 바로 돌아오려고 했어. 직장을 구하고 당신이랑 같이 지낼 수도 있었어. 둘이서 같이 애들을 키우면서 말이야. 그런데 여기선 취직할 수가 없어. 보스턴 회사들은 날 받아주질 않아.” (매기)

“왜 안 받아줘?” (카메론)

“여긴 보스턴이야. 당신 같은 사람만 원하지.” (매기)

 

카메론은 친구까지 찾아가 아내의 일자리를 구해주려고 노력했지만, 매기 말대로 안됐다. 결국 매기와 애들은 뉴욕으로 떠나게 되고, 카메론만 보스턴에 남게 됐다.

“애들이 그리울 거야.” (카메론)

“아빠는 누가 돌봐요?” (아멜리아)

“아빠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어.” (매기)

“영화도 보러 다니고, 파티도 다니고, 불장난도 쳐야지.” (카메론)

카메론은 자신을 걱정하는 아이들을 안심시키려고 농담을 던졌지만 소용없었다.

“불장난은 위험해요.” (아멜리아)

“우리가 없으면 아빠는 술만 마시고 아무렇게나 살 거에요.” (페이스)

“그렇지 않아.” (매기)

“아빠가 외로울 거에요.” (아멜리아)

“그건 그렇지.” (카메론)

“혼자 너희를 돌보는 건 아빠한테 큰 부담이었어.” (매기)

“아니에요. 같이 드라이브도 다녔고, 뮤지컬 사운드 트랙도 만들어 주셨어요.” (아멜리아 & 페이스)

“아빠한테도 휴식이 필요해.” (매기)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땐 딸기랑 키위를 잘라서 꽃처럼 만들어 줬어요.” (아멜리아)

“내가 그랬지.” (카메론)

다정한 부녀지간을 지켜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매기.

“너희가 아빠를 보러 놀러 오고 아빠도 놀러 오면 돼. 뉴욕은 멋진 도시니까 너희 맘에 들거야. 약속할게.” (매기)

매기는 아이들을 열심히 설득했지만, 아빠를 두고 떠나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어젯밤에 페이스가 이런 말을 했어. 고개를 돌리면 언제나 아빠가 거기 있어줬대.” (매기)

“그래서 짜증났을 거야.” (카메론)

“다른 계획이 있어. 내가 취직해서 돈을 벌고 애들은 여기서 당신이랑 지내면서 자전거도 타고 친구들이랑 노는 거야. 하지만 반드시 좋은 사립학교에 보내야 해. 그건 포기 못 해.” (매기)

“그럴 수 있겠어?” (카메론)

“뉴욕에 데려가면 컴컴한 집에 갇혀서 애완견처럼 지내겠지. 난 매일 8시에나 퇴근할텐데 그건 너무 가혹하잖아. 우리 아가들인데.” (매기)

“그래, 우리 아가들이야.” (카메론)

매기와 카메론은 서로의 어깨를 들썩이며 펑펑 울었고, 멀리서 줄넘기를 하고 놀던 아이들도 이 모습을 지켜보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1년 후.

아멜리아의 스포츠 경기 연습을 지켜보며 열심히 응원하면서 사진을 찍는 카메론을 보고 아멜리아의 친구가 대뜸 물었다.

“어떻게 네 아빠는 연습 때마다 오셔?”

“다른 할 일이 없거든.” (망설임없이 쿨하게 대답하는 아멜리아)

 

“오늘 애니네 집에 자러 가도 돼요?” (아멜리아)

“전 피피랑 영화관에 가기로 했어요.” (페이스)

카메론은 “배로 강을 건너기에 완벽한 날씨란 말이야.”라며 보트를 빌려놨으니 배 타고 놀자고 했지만, 아이들은 완고했다.

“찰스강이고 뭐고 다 꺼지라고 해.” (카메론)

“찰스강은 사실 못된 놈이래요.” (아멜리아)

 

아쉽지만 미소지으며 포기하는 카메론.

“안녕! 아빠! 사랑해요!” (아멜리아 & 페이스)

“알았어. 아빠랑 엄마는 너희가 자랑스럽단다.” (카메론)

“안녕!” (아멜리아 & 페이스)

“사랑한다!” (카메론)

딸들은 아빠에게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다.

 

“그거 하지 마요.” (아멜리아)

“뭘?” (카메론)

“쳐다보는 거요.” (아멜리아)

“그냥 배웅하는 거야.” (카메론)

“하지 마요. 미안하게 만들잖아요.” (페이스)

“미안해 하지 마.” (카메론)

“일부러 불쌍하게 서서 쳐다보는 거 다 알아요.” (페이스)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잘못이야?” (카메론)

“아빠, 우린 이제 돌아보지 않을 거에요. 절대 안 봐요.” (아멜리아)

“누가 돌아보래?” (카메론)

“사랑해요, 잘 가요.” (아멜리아 & 페이스)

 

냉정하게 돌아놓구선 막상은 또 눈물 흘리는 여리고 정많은 아멜리아.

“언니, 울지 마.” (페이스)

“눈물이 멈추질 않아.” (아멜리아)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아빠 카메론. 아멜리아와 페이스는 결국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 아빠를 보았고,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괜찮다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성큼 성큼 달려갔다.

 

♠영화 (인피니틀리 폴라베어)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조울증으로 인해 평범한 사회생활이 어려운 아빠 카메론과, 힘든 남편을 대신해 열심히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성 차별에 인종 차별까지 팽배했던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아내 매기, 그들의 사랑스러운 두 딸 아멜리아와 페이스의 이야기이다.

 

매기는 고단한 외벌이에 가난을 피할 순 없었지만, 아이들의 교육 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책임지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카메론은 조울증 때문에 술과 담배를 끼고 살면서도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큼은 세상 어느 누구 못지 않았다.

 

매기는 홀로 헤쳐나가야 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남편에게 불평하기보단 오히려 남편을 믿고 감쌌으며, 아이들 역시 평범하지 않은 아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씩씩하게 성장해갔다.

 

만약 매기가 현실이 버거워 남편을 포기했다면, 카메론 역시 조울증에 지는 길을 선택했다면, 그들의 일상과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카메론과 매기는 부부로서 & 부모로서의 길과 책임을 ‘믿음과 사랑’으로 꿋꿋히 헤쳐 나갔기에 아이들 또한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맑고 밝게 당당하고 예쁘게 잘 성장해나갈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이 포스팅은 제휴마케팅이 포함된 광고로 일정 커미션을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LIST

 

 

♣감독 :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출연 : 시고니 위버 / 펠리시티 존스 / 루이스 맥두걸 / 리암 니슨 / 토비 켑벨...

♣12세 관람가/판타지/미국

 

✉✐…스포일러 있어요~^^

 

코너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지만 시한부 인생을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엄마의 마지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스러운 진실을 외면하고 있었고, 엄마와 이혼해서 멀리 떨어져 사는 가난한 아빠 대신에 아주 오래된 박물관 같은 집에서 엄격한 할머니와 둘이 사는 것도 너무 싫었다. 게다가 학교에 가면 자기보다 훨씬 덩치 큰 아이들이 심심풀이로 자신을 때리고 괴롭히며 선생님들마저 투명인간 대접을 했다.

 

한마디로 어린 소년 코너가 혼자 힘으로 견디고 극복하기엔 너무 가혹하고 힘든 현실 한복판에 우두커니 내던져진 채 있었다.

 

코너는 밤마다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거대한 괴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껏 화내고 울고 물건을 부수면서 끔찍한 악몽같은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마음 속 깊은 상처들을 끄집어냈다.

 

“엄마가 떠나는 걸 못 견디겠어. 난 벌 받아야 마땅해. 엄마가 회복 못할 걸 오래 전에 알았는데 엄마를 믿었지만 속마음으론 안 믿었어. 차라리 끝나버리길 바랐고 혼자 된 기분을 견딜 수가 없었어. 내가 엄마를 놨어. 매번 엄마를 놨어. 하지만 아니었으면 좋겠어. 엄마가 죽은 건 내 잘못이야.” (코너)

 

“넌 그저 네 고통을 끝내고 싶었던 것뿐이야. 결국 중요한 건 네 생각이 아니라 네가 뭘 하는지야. 시간은 있어. 당연히 두렵지. 힘들거야. 생각보다 더 힘들거야. 하지만 견뎌낼거야.” (몬스터)

 

코너가 임종을 눈앞에 둔 엄마의 손을 마지막으로 꼭 잡아주며 눈물 흘리고 있을 때도 거대한 괴물은 곁을 지켜 주었다.

 

“세상은 사랑만으론 부족해. 원래 인생이란 그런 거잖아. 행복 대신 영원한 골칫거리를 안기지.” (코너의 아빠)

 

코너 아빠의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살이는 행복보단 골칫거리들을 훨씬 많이 던져주기 십상이고, 난이도는 사랑만으로 해결이 어렵다.

 

코너처럼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는 도저히 불가항력적인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 외롭게 방치됐을 때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 수 있을까?

 

거대한 괴물은 말했다. “상상력을 발휘해봐!”

 

세상의 모든 인간들보다 훨씬 덩치 크고 위협적인 몬스터가 마치 수호천사처럼 우리 곁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면? 천하무적 몬스터 옆이니까 착하지 않은 내면까지 속시원하게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다면 비록 상상 속일 뿐이지만 홀가분하고 자유롭지 않을까!

 

현대사회의 각박한 현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식과 포장과 위선이 갈수록 버거운 어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훌륭한 치유 동화이자, 힐링시네마인 [몬스터 콜]~~★★★★★

 

[몬스터 콜]이 전하는 판타지의 힘, 상상력의 힘, 이야기의 힘~~♪♬

 

5월의 가족 영화로도 강추합니다!!!

 



"이 포스팅은 제휴마케팅이 포함된 광고로 일정 커미션을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LIST

'짬뽕극장 by 앨리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 질문  (0) 2020.05.19
유쾌하고 따뜻한 힘! (삼시세끼 어촌편5)~^^  (0) 2020.05.18
불편한 진실~영화(플로리다 프로젝트)  (0) 2020.05.15
지식은 활용할 때 힘이 된다!  (0) 2020.05.13
역지사지(易地思之)  (0) 2020.05.12
자연스럽게~  (0) 2020.05.08
‘뉴노멀(New normal)’ 시작~^^  (0) 2020.05.06
Life is......  (0) 2020.05.05
좋은 것들을 1그램씩 더~  (0) 2020.05.04
나만의 레시피  (0) 2020.05.01

 

 

♣2010년 개봉 작품 / 스포츠 드라마 * 휴먼 가족 드라마

♣감독 : 존 리 핸콕

출연 : 산드라 블록 / 퀸튼 애론 / 팀 맥그로우 / 릴리 콜린스 / 제이 헤드 / 캐시 베이츠 등...

 

민주주의 제도를 강조하는 수많은 국가들이 현실상에선 아직도 인종 차별, 계급 갈등의 문제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고, 미국도 그렇다.

 

산드라 블록은 이 영화에서 그런 잘못된 편견을 시원하게 깨부수는 멋진 엄마 연기로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글로브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블라인드 사이드’란 미식 축구에서 터치 라인 가까이에 있는 좁은 지역으로,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쿼터백이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일컫는다. 영화 속 마이클이 담당했던 오펜시브 가드가 바로 블라인드 사이드 영역 안에서 상대 수비수로부터 쿼터백을 보호하는 미션을 맡고 있다. 별명이 ‘빅 마이크’로 불렸던 마이클은 큰 체격과 탄탄한 체력, 탁월한 실력으로 가드 기량을 인정받아서 유명 대학의 감독과 코치들이 앞다퉈 영입에 공을 들였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실존 인물인 마이클 오어와 리 앤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마이클 오어는 2010년 마국 미식축구리그(NFL) 볼티모어 레이븐스에 1순위로 지명돼 5년간 157억 원 연봉 계약을 맺고 오펜시브 태클로 활약했다.

 

스포일러 있어요~★

 

“우리 집에 얹혀 살면서 음식만 축내고 있잖아.” (위탁모)

어린 시절, 약물 중독에 걸린 엄마와 강제로 떨어지게 된 마이클은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하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자라났다.

 

다행히도, 마이클의 건장한 체격과 특별한 운동 신경을 눈여겨 본 미식축구 코치 덕분에 상류 사립&기독교 학교로 전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위탁 가정에서조차 머물 수 없게 되면서 학교 수업이나 운동은 사치였고, 당장 하루 끼니와 잠잘 곳을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가 됐다.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 밤,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리는데도 달랑 반팔 셔츠 차림으로 체육관을 향하던 마이클을 발견한 리 앤.

 

리 앤은 자신의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마이클이 지낼 곳이 없음을 알게 되자 선뜻 집으로 데려와 하룻밤 잠자리를 내어주고, 추수감사절도 함께 보낸다.

 

추수감사절에 남편과 딸, 아들은 다들 TV 앞 소파에 자리를 잡고 익숙하게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는데 마이클만 혼자 우두커니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하는 모습을 목격한 리 앤은 TV를 끄고 가족 모두 마이클과 함께 기도하고 식사하게 했다.

 

리 앤은 마이클에게 그의 가족에 대해 물어보지만 대답이 없고 도통 과묵하기만 하다.

 

“마이클, 여기서 지내고 싶니?” (리 앤)

“달리 갈 곳이 없어요.” (마이클)

 

리 앤은 마이클의 방을 따로 마련해 주었는데, 마이클은 침대를 처음 가져본다며 웃는다. 마이클 앞에선 덤덤한 척 쿨한 척했지만 그녀는 조용히 속상해 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책 읽어준 기억도 없다는 마이클의 고백을 들은 리앤은 막내 아들 SJ와 마이클의 곁에서 침대에 앉아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이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은지 물어보는 거야, 어때?” (리앤 & 남편)

“벌써 가족인 줄 알았는데.” (마이클)

 

18살인데 출생증명서조차 없어서 신분증을 만들지 못하는 마이클을 위해 리앤과 남편은 법적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딸 콜린스는 학교 도서실에서 혼자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 마이클 곁에 서슴없이 다가가 같이 공부를 하고, 막내 아들 SJ는 마이클을 친형처럼 잘 따르고 어울렸다. 어느 날, SJ는 마이클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타서 신나게 같이 노래부르며 즐기다가 앞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는데 마이클은 본능적으로 SJ를 보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부상을 입으면서까지 안간힘을 써서 에어백 방향을 바꾸었다.

 

세상에 태어난 지 불과 일주일 뒤 친부는 홀연 떠나버렸고, 친모는 약물 중독에 빠져 아이를 보듬어주지 못했고, 결국 출생증명서 하나 없이 입양가정을 전전하다 길거리 신세가 됐을 정도로 비참하고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착한 성품에 유달리 보호본능을 타고난 마이클.

 

드디어 미식 축구 팀에 합류했으나 감을 잡지 못하고 연습 경기조차 영 수동적인 모습을 일관하면서 “물러터진 녀석”이라고 코치의 놀림을 받았다.

 

“생긴 건 타잔인데 하는 짓은 제인이야.” (코치)

 

소리 지르며 호통만 치는 감독과는 달리 리앤은 마이클의 눈높이에 맞춘 조언을 했고, 마이클은 즉각 호응을 했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듯 네 팀을 지키는 거야!” (리앤)

 

리앤은 경기에서 마이클을 보고 흑인 덩치가 끼어있는 서커스단이라고 놀리며 욕설을 퍼붓는 아저씨에게 당당하게 맞섰다.

“내 아들이에요!” (리앤)

 

그리고, 마이클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풋볼 하고 싶어? 좋아해?

네가 원하는대로 네가 결정하기 바란다.

네 결정을 존중할게.

네 인생이니까!” (리앤)

 

마이클은 리앤과 남편이 졸업한 미시시피대학을 선택했다.

“제 가족들이 다닌 대학이니까요!” (마이클)

 

마이클은 2010년 마국 미식축구리그(NFL) 볼티모어 레이븐스에 1순위로 지명돼 5년간 157억 원 연봉 계약을 맺고 오펜시브 태클로 활약했다.

 

반면, 마이클처럼 운동 신경이 뛰어났고, 부모 없이 양육 가정을 전전했던 또 다른 청년은 불행히도 자신의 21살 생일에 폭력단 싸움에 휘말려 살해당하고 말았다는 뉴스 기사가 떴다.

 

보수적인 미국 남부의 부유한 백인인 리 앤이 불우한 흑인 청소년 마이클을 보호해주자, 그녀의 친구들마저 “백인이라서 죄책감을 느끼는 거야?” “흑인 아이 옆에 있는 네 딸 걱정 안 돼?”라며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리 앤과 리 앤의 가족들은 그런 굴레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클을 있는 그대로 가족으로 받아들여 따뜻하게 보살피며 재능을 찾아주고 적극적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아이를 집에 받아주다니, 네가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꿔준 거야.”라는 친구에게 리 앤은 분명하게 강조했다.

“아냐! 마이클이 내 인생을 바꿔 주었어!” (리 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거리를 떠돌던 불우한 흑인 청소년이 운좋게 마음씨 좋고 부유한 백인 양부모의 후원에 힘입어 성공하게 되는 동화같은 이야기로 간단하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훈훈하면서도 유쾌한 실화 캐릭터의 힘이 살아있다. 가난하든 부자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다름은 상관없이…한 가족이 되어 엄마가 되고 아들이 되면 엄마는 아들을 무조건으로 사랑하고 응원하고 지지해준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과 응원이야말로 성공의 디딤돌이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가치, 힘을 일깨우는 좋은 영화이다~(^-^)

 

"이 포스팅은 제휴마케팅이 포함된 광고로 일정 커미션을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LIST

'짬뽕극장 by 앨리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  (4) 2020.03.18
My way~(^-^)  (8) 2020.03.17
누구나...  (12) 2020.03.16
anywhere...everywhere...  (2) 2020.03.15
for.외상 후 성장!  (2) 2020.03.15
아침의 기적  (2) 2020.03.14
굿모닝~(^-^)  (8) 2020.03.13
슈퍼노멀  (0) 2020.03.13
반짝반짝~^^  (4) 2020.03.11
성장하는 하루  (4) 2020.03.10

+ Recent posts